日 아베총리 ‘포린어페어스’ 인터뷰서 또 망언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 최신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질문에 “미국 국민이 전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장소인 알링턴 국립묘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도 그곳(알링턴 묘지)에 가고, 나도 일본 총리 자격으로 방문했다”며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군 장병이 안장됐다고 해서 알링턴 묘지에 가는 게 노예제도를 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조지타운대의 케빈 독 교수도 해석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아베 총리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알링턴 국립묘지와 달리 야스쿠니신사는 국제사회가 판정을 내린 A급 전범을 합사한 곳이다. 총리의 참배는 과거 침략 전쟁에 대해 국가가 면죄부를 주는 동시에 전후 국제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다.
특히 야스쿠니신사는 사적인 종교시설로 총리의 참배는 정교(政敎)분리를 규정한 일본 헌법 20조에도 위배된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야스쿠니신사 가까이에 일본 정부가 무명용사의 넋을 달래기 위해 운영하는 ‘지도리카후치 전몰자 묘원’이 있다. 영어 이름도 종교색이 없는 ‘national cemetery(국립묘지)’다. 미 대통령처럼 하려면 이곳을 방문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이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뒤늦게 항의했다는 주장도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것이다. 야스쿠니신사에 A급 전범 14명을 합사한 것은 1978년으로 이후 몇몇 총리가 사적으로 참배했지만 공식적으로 참배한 것은 1985년이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총리가 ‘전후 총결산’을 내걸고 각료들을 대거 동반하고 참배했던 것이다.
아베 총리는 논란이 된 ‘침략 해석’에 대해서도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나는 한 번도 일본이 침략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침략에 대해 얼마나 잘 정의하느냐는 것은 내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 역사학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논점을 피해나갔다.
잇단 과거사 왜곡 발언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65%로 지난달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하시모토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75%가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지지정당 순위에서도 일본유신회는 올 들어 처음 민주당에 밀렸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