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은 한때 세계 최정상이었다. 퍼거슨은 맨유를 이끌며 27년간 총 38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퍼거슨의 축구는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승리했다. “어떤 스타플레이어도 팀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그의 믿음 앞에 창조적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은 튕겨져 나갔다. 데이비드 베컴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그와 불화를 겪으며 짐을 쌌다. 승리만이 그의 축구 철학이었다. 스필버그는 작품성보다 흥행에 몰두했다. ‘죠스’ ‘E.T.’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영화들은 전 세계 관객을 빨아들였다. 1993년 ‘쥬라기 공원’은 세계적으로 8억5000만 달러(약 9500억 원)를 벌어들였다. 그해 신문들은 “‘쥬라기 공원’의 수익이 현대자동차 150만 대를 수출한 것과 같다”고 대서특필했다. 하지만 스필버그는 아카데미에서 1994년 ‘쉰들러 리스트’로 감독상, 1999년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을 뿐이다.
둘은 자기 분야의 철학을 선도한 인물은 아니었다. 축구계에서는 주제프 과르디올라 전 바르셀로나 감독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티키타카’(탁구공이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표현되는 바르셀로나의 빠른 패스 위주의 경기 스타일은 현대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과르디올라에 의해 축구는 예술이 됐고, 퍼거슨은 ‘2인자’가 됐다.
하지만 퍼거슨은 물러날 때를 알았다. 그는 올해 맨유를 프리미어리그 우승으로 이끌고는 미련 없이 은퇴를 선언했다. “아내와 같이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는 아름다운 수사도 남겼다. 거장의 아름다운 마무리다.
스필버그는 지난해 ‘링컨’이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재기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최다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도 탔다. 그는 세계 최고의 예술영화를 가리는 칸영화제 심사위원장도 맡았다. 스필버그의 장중한 마무리가 다가오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