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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야 하나 된다]‘북한 인권’ 국제 콘퍼런스

입력 | 2013-05-21 03:00:00

류길재 “北인권 개선 계획 수립… 관련법 제정도 지원”




20일 ‘북한인권을 위한 국제연대’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한 패널들이 이재춘 전 주유럽연합 대사(왼쪽에서 세 번째)의 사회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호 한국 인권대사, 에드워드 동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공사, 이재춘 전 대사, 신미 준 일본 유엔담당 대사, 우페 울페첼 덴마크 인권대사, 빌 패터슨 주한 호주대사.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회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북한인권)법에 기초해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청사진인 ‘북한인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북한인권정보센터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이 공동주최하고 통일부 외교부 동아일보 후원으로 열린 ‘북한인권을 위한 국제연대: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한 국제콘퍼런스 축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류 장관은 축사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시켜 북한이 주민의 인권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대북정책 주무부처의 수장인 류 장관이 공식석상에서 구체적인 북한인권 정책 방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 “냉전 종식에 기여한 헬싱키 프로세스, 한반도에도 필요”

이날 국제콘퍼런스에서는 곧 본격화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활동을 계기로 북한 인권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영호 한국 인권대사는 “유엔 COI가 한국에서 이른바 ‘한반도형 헬싱키 프로세스’를 채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경제와 안보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도 삼위일체로 다뤄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헬싱키 프로세스는 1975년 당시 미국과 소련, 유럽 국가 등 35개국이 △안보 △경제 △인권의 세 축을 바탕으로 합의한 협력의 틀로서, 냉전의 평화적 종식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른하르트 젤리거 한스자이델재단 소장은 동독의 인권유린 정보를 모아두었던 ‘잘츠기터 기록보존소’ 사례를 소개하며 COI 활동의 중요성에 힘을 실었다. 그에 따르면 잘츠기터 기록보존소에 수집돼 예심에 넘겨진 10만 건 중 실제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 없는 형사처벌이 이뤄진 사건은 40건. 젤리거 소장은 “수치로만 보면 효과는 미미했지만 잘츠기터 기록보존소의 활동 목적은 특정인에 대한 보복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가 인권침해 범죄를 주시하고 이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언젠가 처벌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동독의 인권유린 강도를 낮추는 예방적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대북인권특사는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공사가 대독한 원고를 통해 “(미국은) 북한에 비핵화를 통해서 인권상황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문제가 핵문제 해결과 연관돼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북한은 자신들의 자원을 핵개발이 아닌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며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킹 특사는 이날 회의를 하루 앞두고 ‘행정적 이유’로 갑자기 방한을 취소했다.

○ 많은 반대를 극복하고 설립된 COI

주제 발표자 중 한 명인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COI 설립논의 초기에만 해도 한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가 이에 반대했다”는 뒷이야기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하 의원은 과거 열린북한방송 대표의 자격으로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를 조직해 COI 설립 논의를 주도했던 인물. 그는 이날 “막상 우리를 지지해줄 만한 국가들을 접촉해 보니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놓고 북한과 대화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한국 외교부는 6자회담 재개에 북한인권 문제가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은 북핵이 먼저라는 이유로 반대했다”고 말했다. 인권의 가치를 강조해온 유럽연합(EU) 이사회조차 “북한과 인도적 지원으로 맺어놓은 커넥션이 깨질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ICNK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집요한 설득으로 국가들이 하나둘씩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 뒤에야 지지 성명이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 하 의원의 설명이다.

이날 콘퍼런스에는 우페 울페첼 덴마크 인권대사, 빌 패터슨 주한 호주대사, 신미 준(新美潤) 일본 유엔담당 대사 등 19개국의 인권문제 담당자 및 주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 콘퍼런스는 서울에 이어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순차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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