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사진제공|발렌타인챔피언십 조직위
한·일·미 모두 2년차 때 첫 우승 물꼬
미 언론·팬 관심 증폭…긍정적 보도
2년 차 징크스? 배상문(27·캘러웨이)에겐 통하지 않는다.
배상문이 20일 미 PGA 투어 HP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마침내 첫 우승 축포를 쏘아 올렸다.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2년 차마다 우승을 신고하며 전성시대의 포문을 열었던 배상문이기에 이번 우승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배상문은 2005년 프로 데뷔 당시만 해도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그나마 그를 관심을 끌었던 건 공을 멀리 때리는 장타자라는 정도였다. 2006년 우승이 전환점이 됐다. 이후 배상문은 펄펄 날았다. 국내 무대에서 통산 7승을 쓸어 담았다. 국내에서 상금왕 타이틀도 두 번(2008년, 2009년)이나 품에 안았다.
2010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11개 대회에서 2947만4083엔을 벌어 상금랭킹 29위에 올랐다. 모자란 성적은 아니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2011년 일본투어 2년 차를 맞은 배상문은 마침내 우승 행진을 시작했다.
8월 바나 H컵 우승을 시작으로 9월 토카이 클래식, 10월 내셔널 타이틀 대회인 일본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왕(1억5107만8958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특유의 몰아치기 우승이 일본에서도 통했다.
2012년 루키 시즌을 맞은 배상문은 대체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때로 기복이 심한 경기를 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 초반 액센츄어 매치플레이(공동 5위)와 트랜지션스 챔피언십(공동 2위)에서 준수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4월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3월까지 90만 달러의 상금을 벌었지만 이후 26만 달러를 추가하는 데 그쳤다.
2013년 PGA 2년 차를 맞은 배상문은 다시 한번 멋지게 날았다. 초반 13개 대회에 나가 톱10에 한 차례 밖에 들지 못했지만 20일 끝난 바이런넬슨 챔피언십에서 기다렸던 첫 우승을 신고하며 다시 한번 성공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올 시즌 배상문의 행보는 2011년 일본투어에서의 흐름과 흡사하다. 당시 배상문은 첫 우승 전까지 한 번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국 상금왕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첫 승 물꼬가 터진 이후 본격적인 우승 사냥이 시작됐다.
배상문의 우승에 미국 언론과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덧붙여 전문가들은 한국(7회), 일본(3회)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국제무대에서 11차례 정상에 오른 배상문이 그간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보도했다.
앞으로의 활약에도 기대를 걸었다. 제프 리터 골프닷컴 수석프로듀서는 “키건 브래들리(미국)의 막판 거센 추격에도 배상문이 흔들리지 않고 결정타를 날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배상문이 또 샴페인을 터뜨린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칭찬했다.
주영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