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응룡 감독.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응룡(72) 감독에게 광주는 아련한 추억과 함께 자신의 역사가 담긴 곳이다. 그는 광주에서 해태 유니폼을 입고 사령탑으로서만 무려 9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21일 KIA전을 위해 올 정규시즌 처음으로 광주구장을 찾은 노 감독은 자신이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던 1루측 덕아웃을 잠시 바라보다가 구장 옆에 새로 들어서고 있는 신축구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범경기 때보다 (건물이) 훨씬 많이 올라갔다”며 놀라움을 내비친 그는 “옛날 해태 때는 (구단이) 돈이 없어 매년 1, 2억씩 들이면서 스탠드를 바꾸곤 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열악한 살림살이 탓에 어렵게 팀을 꾸렸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추억이 담긴 광주구장이 올해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사실에 대해 뭔가 진한 아쉬움을 느끼는 듯했다.
‘한 유니폼을 입고 9번 우승하는 감독은 앞으로 또 나오기 힘든 것 아니냐’는 말에 “그건 모르지. 봐야 알지”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짓던 김 감독은 “광주에만 오면 휴대폰을 꺼 놓게 된다”고 말했다. 찾는 사람도 사실 별로 없는데, 주변에서 자신을 찾을까봐 미리 꺼놓는다며 “착각 속에 사는 거지”라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광주|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