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배상문(왼쪽부터). 사진|발렌타인챔피언십 조직위 제공·스포츠동아DB
■ 야구스타 배영수와 골프스타 배상문의 10년 우정
“힘듭니다 형님” “배상문답게 힘 좀 내라”
배상문 첫 PGA 우승 배영수 격려 큰 힘
이승엽 소개로 만나 친형제만큼 가까워
배영수 “아이언 세트 선물 받기도” 자랑
17일 골프선수 배상문(27·캘러웨이)과 야구선수 배영수(32·삼성)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다. 배상문이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포시즌스TP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 첫날, 친형제처럼 지내는 배영수에게 문자를 보내 부담감을 전했다. 그러자 배영수는 아우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격려했다.
그리고 이틀 뒤. 형은 마산 NC전에 선발 등판해 시즌 6승을 올리며 다승 단독 1위에 올랐다. 곧이어 아우는 20일 새벽 생애 첫 PGA 우승으로 화답했다. 한국인으로는 최경주와 양용은에 이은 사상 3번째 PGA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배상문은 우승 직후 배영수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 “사랑합니다. 형님. 우승했습니다.” 배영수는 답장을 보냈다. “수고했다. 오늘 하루는 맘껏 즐기고 내일부터 다음 대회 준비해라.”
둘은 모두 대구 출신이다. 같은 배씨지만 친척은 아니다. 첫 만남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승엽(37·삼성)의 소개로 알게 됐고, 둘은 지금까지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다. 당시 배영수는 삼성의 미래 에이스로 주목받는 유망주였고, 배상문은 까까머리 고교생이었다.
배영수는 배상문이 어떻게 정상의 자리에 서게 됐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상문이가 정말 고생 많이 했다. 매일 같이 새벽부터 산에 오르고…. 상문이 어머니도 대단하지만 상문이도 독했다. 동생이지만 존경스럽다.” 그러면서 배영수는 “난 골프를 잘 치지 않지만, 상문이가 아이언 세트 2개도 선물로 주고 드라이브도 선물로 주더라”고 자랑하면서 “스크린골프에선 내가 멀리치기에서 이긴 적이 있다. 내가 300m를 치고, 상문이는 스크린골프가 낯선지 290m밖에 못 쳐서 내가 많이 놀렸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그렇다면 배영수가 준 선물은 무엇일가. 그는 “난 글러브를 줬다. 그러고 보니 글러브 말고는 없네”라며 웃더니 “그런데 걔가 돈을 얼마나 버는데”라며 항변했다.
주위에서 “과거 배삼용과 배일집 등 배씨는 코미디계를 주름잡고 있었는데, 이제 스포츠 쪽이 배씨 천하다”라고 농담을 던지자 배영수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폭소를 터뜨렸다.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타격 1위를 달리는 배영섭(27·삼성)이었다.
배상문은 고생 끝에 PGA 정상에 섰다. 배영수 역시 2007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올 시즌 다승 1위를 달리는 기적을 만들고 있다. 배영수로선 유쾌하게 웃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