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짜리 물건이 있다. 50원은 제품 값, 50원은 세금이다.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이 물건 가격을 90원으로 내리려 한다. 일단 세금 50원은 그대로 두고 제품 값을 10원 낮추는 게 정부의 목표다. 판매자에게 피해를 전가할 수는 없으니 생산자의 공급가격을 내리라고 압박한다. 생산자에겐 그 대신 10원의 세금 혜택을 주기로 한다. 단순 명쾌한 방법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그럼 애초에 소비자로부터 세금을 10원 덜 걷으면 되는 것 아닌가?”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3월 도입한 석유 전자상거래제도가 딱 그렇다. 이 제도는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정유업체, 수출입업자, 석유제품 대리점, 주유소 등이 전자시스템을 통해 석유제품을 거래하도록 한 제도다.
▶본보 4월 9일자 B1면 석유 전자상거래 1년… 이상하게 꼬였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산업부는 이 제도에 참여하지 않던 국내 정유 4사를 유인하기 위해 수입사들에만 주던 수입부담금 환급 혜택을 정유 4사에도 똑같이 주기로 했다. 이에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7월부터 전자상거래제도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와 정유회사는 7월부터 1년간 최소 경유 1040만 배럴과 휘발유 240만 배럴을 전자상거래를 통해 유통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정유회사들은 최소 320억 원의 수입부담금을 감면받게 된다.
김창덕 산업부 기자
김창덕 산업부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