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점차에서의 도루-. 두산 윤명준은 타석에 있던 넥센 유한준에게 곧바로 몸에 맞는 공을 던진 뒤 다음타자 김민성에게까지 보복했다. 이번에는 김민성도 지지 않고 투수쪽을 노려봤다. 주심이 윤명준을 퇴장시키는 순간, 양 팀 선수들은 덕아웃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 다시 도마 오른 야구 에티켓
#1. 5회초 강정호 무리한 도루
#2. 두산 윤명준 2타자 연속 빈볼
#3. 양팀 선수들 일촉즉발 대치
잠실구장이 ‘화염’에 휩싸였다. 넥센의 불방망이와 두산 불펜의 대량 실점, 그리고 양 팀의 격렬한 벤치 클리어링 때문이었다. 21일 잠실 넥센-두산전. 넥센이 12-4로 앞선 5회초 1사 1·2루서 2루주자 강정호가 3루로 내달려 도루에 성공했다. 이미 연이어 6점을 내주고 있었던 두산 수비진은 도루에 전혀 대비하지 않았던 상황. 그러자 두산 투수 윤명준은 타석에 있던 유한준에게 곧바로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이어 다음 타자 김민성도 초구에 몸을 맞았다. 강광회 주심은 즉각 윤명준에게 올 시즌 세 번째 퇴장을 선언했고, 그 순간 양 팀 덕아웃의 선수들은 모두 그라운드로 달려 나왔다.
야구규칙에 ‘크게 앞서고 있을 때 도루를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지켜온 불문율은 있다. 한 야구 관계자는 “보통 그 마지노선을 5∼6점 정도로 여긴다”고 했다. 강정호는 8점을 앞선 가운데 3루를 훔쳤다. 이효봉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은 “8점차 정도라면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강정호는 왜 위험을 무릅쓰고 3루로 뛰었을까. 넥센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벤치에서 도루하라고 사인을 냈다. 아직 경기가 5회였고 10점차도 뒤집는 게임(8일 문학 두산-SK전)이 나오지 않았나. 기회를 최대한 살리는 게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도 “넥센 선발 밴 헤켄이 흔들리고 있었고, 두산에게도 5번의 공격 기회가 남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게다가 넥센은 바로 전 이닝(4회말)에서 3점을 따라잡혀 6-4로 쫓겼다. 두산 타선의 화력을 고려한다면, 점수를 1점이라도 더 뽑아놓고 싶었을 터. 강정호는 그 상황에 대해 “그냥 경기에 집중하려 했다. 혹시라도 두산 선수들을 기만한 행위로 봤다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타자 연속 보복은 일반적인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에서도 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플레이에 대해선 확실히 ‘응징’한다. 두산도 그렇게 했다. 강정호가 도루를 성공하자마자 윤명준이 유한준을 맞혔고, 유한준은 별다른 대응 없이 1루로 걸어 나갔다. 문제는 김민성 타석. 윤명준은 또다시 초구에 몸에 맞는 볼로 대응했다. 심판실에서 경기를 직접 지켜본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첫 번째는 충분히 손에서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그러나 바로 다음 타자에게 초구부터 명백하게 벗어나는 공을 던지지 않았나. 명백한 고의였으니 퇴장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효봉 위원 역시 “한 번은 서로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라 하더라도 두 타자를 연속으로 맞힌 것은 과잉대응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