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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 답한다]돌고래가 눈물을? 안구에 습기를 제공하기 위해 흘리는 생체반응

입력 | 2013-05-22 03:00:00


《 Q: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던 제돌이가 최근 야생 방류를 앞두고 눈물을 흘리는 듯한 사진이 공개됐다. 동물도 눈물을 흘리나? 흘린다면 슬픈 감정을 느끼기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생체 반응에 따른 것인가? 》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11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에 있는 가두리로 이송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는 방류 순응과정을 거쳐 제주 앞바다에 방류될 예정이다. 무진동 차량, 항공기, 선박을 이용해 군 수송 작전을 방불케 하는 이송 도중 제돌이가 눈물을 흘렸다. 많은 분들이 왜 제돌이가 눈물을 흘렸는지 궁금해한다. 제주 바다로 돌아가게 되어 기뻐서일까? 아니면 그동안 정들었던 사육사와 헤어지는 게 슬퍼서일까?

눈물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안구에 습기를 제공해 안구운동을 부드럽게 하고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눈꺼풀에 있는 눈물샘에서 밤낮으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나온다. 이를 기저눈물(basal tears)이라고 한다. 눈에 자극적인 물질이 들어오면 평소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이를 반사눈물(reflex tears)이라 한다. 또 사람은 기쁘거나 슬플 때에도 눈물을 흘리는데 이는 감정눈물(emotional tears)이다. 이렇게 사람의 눈물에는 세 종류가 있다. 그러면 제돌이의 눈물은 이 중 어느 것일까.

제돌이가 흘린 눈물은 기저눈물이다. 제돌이도 사람과 같이 눈꺼풀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나와 안구를 적신다. 이 눈물이 고였다가 흐르는 장면이 사진에 찍힌 것이다.

사람이 흘리는 감정눈물은 다른 종류의 눈물과 차이가 있다. 감정눈물은 프로락틴과 같은 호르몬을 다른 눈물에 비해 훨씬 많이 포함하고 있다. 또 눈물샘은 두뇌의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과 신경으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사람은 놀라거나 슬프거나 아주 기쁠 때도 눈물을 흘린다. 현재 대부분의 과학자는 사람만 감정눈물을 흘린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왜 감정눈물을 흘리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감정눈물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설명은 눈물이 고이면 시야가 흐릿해지는 데 주목한다. 시야가 흐릿해지면 공격적이거나 방어적인 동작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눈물은 공격자를 달래고, 복종이나 필요에 대한 정직한 신호로 여겨진다. 얼굴 표정에 감정눈물을 더하면 보는 사람에게 그 의미가 뚜렷이 전달된다. 그래서 슬픈 표정으로 눈물을 흘릴 경우 상대방에게 훨씬 진한 슬픔이나 필요의 의미를 전할 수 있다. 기쁠 때나 자랑스러울 때 흘리는 눈물도 보는 사람에게 사회적 단결이나 유대의 의미를 전달한다.

감정 표현에 눈물이 더해질 때 사람들은 강하게 반응한다. 제돌이가 흘린 눈물이 비록 감정눈물은 아닐지라도 이를 본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유발한다. 제돌이의 눈물은 제돌이가 제주도 앞바다에서 잘살라는 바람을 소통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소망일지도 모른다.

장 교수는 동물의 의사소통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제돌이 방류 시민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제돌이 방류사업의 행동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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