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CJ그룹의 전현직 임원들 이름으로 개설된 최소 200억 원대의 해외 차명계좌가 존재한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차명계좌가 홍콩의 스위스계 은행 등에 개설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차명계좌의 실소유주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1일 CJ그룹이 해외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뒤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잡고 서울 중구 남대문로 CJ그룹 본사와 쌍림동 제일제당센터, 전현직 임직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7시경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을 보내 재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 중구 장충동 CJ경영연구소도 압수수색했다. CJ그룹 총수 일가가 모여 사는 고급 주택가 한가운데 세워진 이 연구소는 그룹 전반의 경영 현황과 시장환경, 향후 전략을 연구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이 회장이 머물며 중요 상황을 보고받는 집무실이 있어 검찰 수사가 이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CJ그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의심스러운 자금 70억 원가량이 국내외로 오간 사실을 통보받고 본격적인 자금추적을 벌여왔다. 검찰은 현재 파악한 200억 원 이상의 차명계좌들이 이 70억 원의 출처이거나 70억 원과는 별개의 ‘비자금 저수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CJ그룹이 국내에서 조성한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뒤 홍콩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국내에 재투자하는 형식으로 비자금을 들여온 것으로 보고 있다. CJ그룹이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가 이재현 그룹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최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하면서 낸 인지대 등 수백억 원의 비용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또 검찰은 CJ그룹이 고가의 미술품을 거래했다고 속이는 등 허위·가공 거래를 통해 비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