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문제의 대표적 권위자인 최 원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베를 보면 (나치의) 히틀러가 떠오른다”며 아베 총리의 역사 왜곡을 통렬하게 비판한 바 있다.
최 원장이 윤 장관에게 전한 글은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가 총리 재임 시절인 1958년 일제 식민통치를 사죄하기 위해 한국에 특사로 보낸 야쓰기 가즈오(矢次一夫)의 방한 기자회견 전문이었다. 야쓰기는 일본 정부 최초의 사과(謝過) 사절이었다.
야쓰기는 그해 5월 21일 회견에서 “기시 총리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한국에 범했던 과오를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총리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해 왔다. 이런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하겠다는 기시 총리의 결심을 이승만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당시 가장 주목받은 건 회견 마지막 대목이었다.
“기시 총리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와 우연히도 동향(同鄕)인 까닭에 그의 선배인 이토가 저지른 과오를 씻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제의 조선 침략을 주도한 장본인으로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로 피격돼 사망했다.
야쓰기는 이 대통령을 만나기 전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일본인들은 (사죄할 때) 도게자(土下座·땅에 꿇어앉아 납작 엎드려 절하는 것)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럴 필요까지 없다”는 말을 들은 뒤에야 그는 머리를 90도까지 숙이고 있다가 이 대통령이 가까이 와서야 일어서서 손을 내밀었다고 김 전 장관은 회고했다.
최 원장은 기시가 야쓰기를 통해 고향(야마구치 현) 선배인 이토 히로부미의 잘못을 사죄하고 반성한 것에 특히 주목했다. “일본 정부 차원의 공적 사죄와 함께 개인 차원의 사적 사죄까지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기시 자신도 A급 전범 용의자였다가 3년간 수형생활을 한 뒤 불기소 석방돼 정계에 복귀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오늘날의 한국인, 일본인 모두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아베 총리는 외할아버지가 (야쓰기 회견문을 통해 밝힌) 한국에 사죄하고자 한 정신을 반역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