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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한강르네상스 꿈꾼 자벌레, 145억 돈벌레 되나

입력 | 2013-05-22 03:00:00

임차료 비싸 입점매장 재계약 포기
즐길거리 부족… 시민들 발길 뚝
사업본부 “예산 깎여 어쩔수 없어”




2009년 개장한 광진구 자양 동 뚝섬 전망문화콤플렉스 (자벌레). 2층 북카페와 3층 생태사진전에는 찾는 사람 이 거의 없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있다. 동아일보DB

토요일이었던 18일 오후 6시경 서울 광진구 자양동 뚝섬 전망문화콤플렉스. 매점과 한강 전망대가 있는 1층은 갑자기 내린 비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비교적 북적였지만 2, 3층은 주말인데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2층과 3층엔 얼마 전까지 카페와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었지만 지난달 사업자가 연간 1억2000만 원의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임시로 북카페와 한강생태사진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560m²(약 170평) 규모의 북카페에는 책이 꽂힌 책장보다 빈 책장이 더 많았다. 이용객은 10여 명. 그나마 324m²(약 98평) 규모의 3층은 빈 공간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강생태사진전이라고 해봤자 한강의 식물과 곤충을 A4 용지 크기의 종이에 출력한 것을 벽면에 붙여 놓은 수준이었다. 식물이나 곤충의 이름 말고는 어떤 설명도 달려 있지 않았다. 남편, 네 살배기 딸과 함께 이곳을 찾은 김수지 씨(34·여)는 “겉모습이 멋있어서 가족과 함께 놀러왔는데 안에는 볼거리가 너무 없다”고 아쉬워했다.

서울시가 이 전망문화콤플렉스로 골치를 앓고 있다. 원통형 겉모습이 자나방의 애벌레 모습을 닮았다고 해 일명 ‘자벌레’라고 불리는 이 시설은 2009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문을 열었다. 총 145억 원을 들여 ‘시민들의 독특한 문화쉼터’를 표방하며 만들었지만 2010년 103만 명, 2011년 95만 명, 지난해엔 90만 명 수준으로 해마다 조금씩 줄고 있다.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든 이유는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말에는 어린이 연극 등 공연이 열렸지만 올해 들어선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전시회도 대부분 동호인들의 작품전이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미약했다. 18일에도 한 구청 동호회의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무심히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올해 운영 예산이 1억 원가량 깎이면서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운영할 수 없다”며 “시민들이 즐겨 찾는 한강의 명소를 만들겠다고만 했지 정작 어떻게 운영할지 구체적 계획도 없이 문을 열었던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시는 개장한 지 4년 만인 올해 초 서울연구원에 의뢰해 시설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영 한강사업본부장은 “1층 매장 임대 계약이 끝나는 2015년까지는 현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그 이후 새로운 모습으로 재단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