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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컬처 IN 메트로]영화 ‘몽타주’ 속 상암 월드컵공원

입력 | 2013-05-22 03:00:00

생태숲으로 거듭난 쓰레기섬 난지도… 옛이름 ‘꽃섬’처럼 활짝 펴 시민곁으로




서울시 제공

상영 중인 영화 ‘몽타주’는 15년 전 발생한 아동 유괴 사건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직후 당시와 똑같은 수법의 유괴 사건이 발생하며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담았다. 영화에는 괴한이 봄이를 납치한 뒤 공중전화로 봄이 엄마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장면이 나온다. 범인이 전화를 거는 장소는 햇빛이 쏟아지는 드넓은 공원. 수풀과 꽃이 우거지고 매미소리가 들리는 평화로운 공원은 봄이 엄마가 긴장한 채 경찰과 함께 숨죽이고 있는 어두운 집 분위기와 대비된다. ‘몽타주’를 제작한 ‘미인픽쳐스’ 관계자는 “‘유괴’라는 소재가 주는 긴장된 분위기와 극명하게 대비될 수 있는 평화로운 분위기의 공원이 필요했다”라며 “시내 공원을 다 다녔지만 넓으면서도 차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한 곳은 월드컵공원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공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 347만1090m² 면적으로 조성된 월드컵공원(사진)이다. 월드컵공원은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평화의 공원 등 5개 테마공원으로 구성돼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 레슨Ⅱ’에도 이 공원이 나왔다. 재일교포 준코(이청아 분)는 종만(박기웅 분)과 하늘공원을 찾는다. 준코는 “할머니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예전엔 ‘꽃섬’이라고 불렸다”고 말한다. 종만은 “이곳은 원래 쓰레기매립지였던 난지도였다. 꽃섬이었다는 건 잘못된 정보”라고 대꾸한다.

월드컵공원은 이전엔 쓰레기매립지였고, 그 이전엔 난지도(蘭芝島), 즉 난초(蘭草)와 지초(芝草)가 자라는 섬이었다. 철따라 온갖 꽃이 만발해 ‘꽃섬’이라고 불렸다. 김정호의 경조오부도(京兆五部圖)에는 ‘꽃이 피어 있는 섬’이라는 의미를 담은 ‘중초도(中草島)’라고 기록돼 있었다. 1960, 70년대에는 땅콩, 수수 재배지로 유명했으며 억새가 우거져 있어 데이트 장소로도 인기였다.

난지도가 서울시 쓰레기매립장이 된 건 1978년이었다. 명칭은 매립장이었지만 사실상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이었다. 이후 1993년까지 15년간 서울시민이 버린 쓰레기 9200만 t이 쌓였다. 쌓인 쓰레기 더미의 높이가 98m에 달했다. 난지도는 ‘꽃섬’이라는 별칭 대신 먼지, 악취, 파리가 많은 ‘삼다도’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러나 난지도는 1993년 매립을 끝내고 지반안정화작업을 거쳐 2002년 월드컵공원이 조성된 뒤 다시 ‘꽃섬’으로 거듭나고 있다. 매립지 위에 수목을 식재해 생태숲을 조성한 결과 지난해 공원 내에 동식물 970종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