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인소비층 젊어지는 건 문화적 변화신세대 위한 伊와이너리 체험프로 준비 중
국내 젊은층을 위해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중인 레오나르도 프레스코발디 회장. 왼쪽은 지난달 말 이태원에서 열린 와인 경매 현장 사진. 신동와인 제공
지난달 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레스토랑 ‘엘본 더 테이블’. 와인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사이로 가면을 쓴 성악가가 등장했다. 무대 하나 없는 곳에서 그는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삽입곡인 ‘축배의 노래’를 부르며 공간을 휘젓고 다녔다. 한쪽에선 너덧 명의 여성이 “반갑다”며 사진을 찍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선 젊은 남녀들이 스마트폰을 꺼내 와인 사진들을 보며 얘기 나누고 있었다.
행사장 입구에는 ‘프레스코발디 주최 와인 경매 행사’로 적혀 있었지만 내부 분위기는 클럽 파티에 온 듯했다. 행사를 주최하러 한국에 온 레오나르도 프레스코발디 회장(71)은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레스코발디는 이탈리아 3대 와인 명가 중 하나로 알려진 브랜드로 피렌체 귀족 가문 ‘프레스코발디’에서 운영하는 가족 경영 기업이다.
1308년 설립됐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고려 제26대 왕인 ‘충선왕’ 때부터 이어져 온 기업인 셈이다. 화가 미켈란젤로,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 등 예술가들이 프레스코발디 와인을 즐겨 마시며 유명해졌다. 현재 세계 86개국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1995년 들어왔다.
레오나르도 회장은 창업주의 29대손으로 한국, 홍콩, 태국, 싱가포르, 중국 등 아시아 5개국 현지 시장조사를 위해 들렀다. 와인 경매 행사에 그는 세계에서 50병 한정 생산된 2006년산 5L짜리 ‘카스텔지오콘도’ 와인 한 병과 1.5L짜리 ‘모모레토’ 와인 한 병을 내놨다. 두 제품 모두 수집가들이 좋아하는 고급 와인이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한 마케팅 방식도 젊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젊은층을 겨냥해 이탈리아 현지 와인 공장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포도 재배 과정을 살펴보고 와인 창고 방문과 완제품 시음회 등 오감(五感)을 강조한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층을 고객으로 새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프레스코발디는 현재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 이탈리아 출신 전담인을 두고 있다. 레오나르도 회장은 “현재 한국 매출은 아시아 시장에서 5%에 불과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젊은층에 대한 얘기만 한 것 같다. 700년이 넘게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저력은 뭘까. 레오나르도 회장은 주저 없이 ‘인재’라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최근 100년 역사를 바라보는 한국 식음료 기업도 많지 않냐”며 말을 이었다.
“오너는 회사의 소유주가 아니라 ‘가디언(수호자)’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 스스로 회사를 잘 가꿔 다음 세대에 넘겨줘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져야 하거든요. 자연스레 한 가족처럼 같은 목표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