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시작한 패션멘토 간호섭 교수
‘바이박스’를 론칭한 간호섭 홍익대 교수.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간호섭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는 유행처럼 번지는 ‘서브스크립션(정기구독)’ 서비스를 보고 불현듯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매달 화장품, 식품 등을 하나의 박스에 넣어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유통 모델을 뜻한다.
간 교수가 선보인 바이박스 5월호는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다. 한 상자에 금빛 메탈 장식이 돋보이는 반지와 심플한 검은색 클러치백, 스타일의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목걸이, 귀고리, 팔찌가 모두 들어 있다. 각각 정가를 따지면 약 24만 원에 육박하지만 박스로 사면 4만9500원으로 5만 원이 채 안 된다. 어떤 옷과 매치하면 좋을지 간 교수가 직접 스타일링한 화보를 소개하는 점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독특한 점은 박스에 들어 있는 제품이 모두 국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라는 것.
간 교수는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많은데도 아직 한국 소비자들은 유명 브랜드만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게 사실”이라며 “자신의 안목보다 브랜드에 의존하는 소비자들과 실력이 있음에도 유통망을 찾지 못해 고전하는 디자이너를 연결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케이블TV 신진 디자이너 선발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의 멘토로 활약하며 수많은 신진 디자이너의 고충을 보고 느꼈다. 또 한국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유명세에 비해 가격이 비싼 한국 디자이너 제품을 멀리하는 것도 안타까웠다고 한다.
참여 디자이너와 브랜드는 그의 안목으로 꼼꼼히 골랐다. 5월 박스에 참여한 ‘빈티지 헐리우드’ ‘스탈렛 애쉬’ ‘비엔베투’ ‘발라 뉴욕’은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게 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신진 디자이너라고 해서 검증되지 않은 디자이너 제품을 소개할 순 없다”며 “어느 정도 패션업계에서 잠재성을 인정받은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을 엄선해야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정 수량만 준비해서 팔겠다는 원칙도 세웠다. 남과 다른 것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서는 물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간 교수는 “5월 박스는 론칭 일주일 만에 준비한 물량의 절반 이상이 팔렸다”며 “6월 박스는 제품 구성이 다른 박스 1, 2호로 나눠 팔되 각각의 박스는 철저하게 한정 수량만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