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부흥시대 열겠다”더니… 서울 성북-은평은 지지부진, 의정부-괴산에선 사업 포기지자체는 건축비 지원할 여유 없고, 결국 민간업체 참여가 관건인데…
2008년 12월 서울시가 야심 차게 발표한 ‘서울 한옥선언’ 중 일부다. 청사진은 화려했다. 서울시는 10년간 3700억 원의 예산으로 총 4500동의 한옥을 보전하고 신규 조성하기로 했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성북2구역을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한옥과 저층 주택이 어우러진 한옥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또 서울 은평 뉴타운에도 미래형 한옥마을을 조성해 역사문화관광 상품으로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당시 한옥의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충북 괴산군, 전남도 산하의 전남개발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도 ‘명품 한옥마을 만들기’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4년여가 흐른 2013년 5월 현재 성적표는 어떨까.
○ 한옥마을들 백지화 또는 지지부진
충북 괴산군도 야심 차게 추진했던 한옥 사업을 접었다. 한옥 신축 시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해 조례까지 뜯어고치고 2010년 몇 차례나 한옥 용지 분양에 나섰지만 정작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괴산군 관계자는 “분양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나중에는 한옥이 아닌 일반 주택도 지을 수 있도록 분양기준을 바꿨다”고 밝혔다.
사업을 추진 중인 곳도 여전히 삐거덕거리고 있다. 서울시와 SH공사는 은평 뉴타운 내 한옥마을 용지 매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분양에 나섰지만 한옥단독주택용지 95개 필지 중 매각이 완료된 용지는 고작 8개. 은평구가 명지대와 공동으로 짓는 시범한옥을 포함한 것이다. 15개 필지를 대상으로 한 1차 분양 때는 5개 필지만 주인을 찾았으며 이후 다시 분양을 진행했지만 전량 유찰됐다. SH공사가 나머지 필지 중 시범한옥 용지를 제외한 9개 필지를 수의계약 대상으로 전환해 다시 판매에 나섰지만 2개 필지가 더 팔리는 데 그쳤다.
성북2재개발 구역에서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주민들이 개발을 반대하며 속도를 못 내고 있는 가운데 추정부담금이 적게 산정됐다는 이유로 재개발조합 설립 신청마저 반려됐다.
○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이 때문에 한옥마을이 성공하려면 지자체가 건축비용을 많이 지원해야 하는데 예산 여유가 있는 지자체가 많지 않다.
지지부진한 사업을 살리려면 규제를 풀어 민간을 끌어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한옥단지를 지으려는 민간업체를 위해 주택법 등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법령상 20가구를 넘어서는 단지는 주택법에 따라 복잡한 사업 승인을 받아야 하며 청약단계도 거쳐야 한다.
이강민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장은 “한옥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한옥 건축비용 감축, 한옥 성능 개선 등에 대한 연구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