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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칼럼]“회사 경영은 내가 책임질테니 社宅부터 지어라”

입력 | 2013-05-23 03:00:00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 박태준의 ‘직원만족 경영’




“회사 경영은 내가 책임져. 지금 당장 사원사택 지을 계획을 시작하겠나, 아니면 사표를 쓰겠나?”

청암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1927∼2011)은 포항제철을 세우기 전 만성적자 기업인 대한중석의 사장을 맡아 1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은 적이 있다. 이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대한중석은 1960년대 초반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었다. 당시 한국의 연 수출액 3000만 달러 중 대한중석의 수출액이 약 600만 달러(약 67억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대한중석은 부패의 온상이었고 적자를 면치 못했다. 1964년 12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학을 가려던 청암에게 대한중석을 정상화시켜 달라고 부탁했고 청암은 정부나 여당의 경영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조건을 걸고 사장에 취임했다.

사장 취임 직후 청암은 중석을 캐는 강원 영월의 상동광산을 방문했다. 광산을 둘러보던 청암의 눈에 띈 건 다 쓰러져가는 사원주택단지였다. 그는 사택 앞 개울에서 빨래를 하던 광원 부인들에게 건의할 게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했다. 망설이던 한 부인이 “빈대가 너무 많아 식구들이 잠을 못 자고 있다”며 빈대약을 쳐달라고 말했다. 청암은 광산 행정부소장을 찾아가 어서 살충제 DDT를 구해 뿌리라고 질책했다. 하지만 부소장은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어렵다. 더군다나 DDT는 암시장에서 구해야 하는데 값이 엄청나다”고 답했다. 청암은 “여러 말 할 것 없이 당장 사택에 DDT를 뿌리고 사택을 새로 짓는 데 필요한 예산과 절차를 보고하라”고 했다. 그러자 부소장은 “우리 회사는 수년 동안 적자를 면치 못해서 매달 제때 월급 주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암은 이때 “사표를 쓰든지, 사원사택 건설 계획을 세우든지 고르라”고 독촉을 했던 것이다. 부소장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기업 경영은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청암은 1년 만에 대한중석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후일 포스코 경영을 위한 일종의 예습이었던 셈이다. 요즘 기업들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사원 후생복지 수준을 높이고 있다. 유기농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무료로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구글의 사례는 구문일 정도다. 독일 헤르티에재단은 “가족 친화적 기업의 생산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30% 정도 높다”고 했고 직원의 60% 이상이 맞벌이를 하는 IBM은 탁아 서비스 프로그램을 운영해 600만 달러의 생산성 증대 효과를 봤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직원들이 회사에 더 많은 기여를 한다는 연구 결과는 숱하게 많이 나왔다. 하지만 찢어지게 가난했던 1960년대 한국의 만성적자 기업에서 ‘직원을 제대로 대접해야 회사가 산다’는 발상을 한 건 시대를 앞선 혜안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 경영에 대한 청암의 남다른 안목이 돋보인다.

김선우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sublim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9호(2013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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