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창의 전형’ 합격 4인방
‘거꾸로 보면 다른 길이 보인다.’ ‘창의 전형’을 통해 포스코 인턴으로 선발된 4명이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만났다. 이들의 사진을 거꾸로 실어봤다. 포스코 제공
누군가는 베트남에서 노점을 차려 양말을 팔았다. 또 누군가는 2년간 캄보디아 오지 마을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폐업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사업을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사람, 학비를 벌기 위해 창업을 한 사람도 있다.
어느 것 하나 닮은 구석이 없는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취업의 필수품’이라는 자격증이나 영어 점수에 매달리는 대신 묵묵히 자신의 일을 찾아 한 우물만 팠다는 점이다.
2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포스코 ‘탈(脫)스펙 전형’에 합격한 새내기 인턴 4명의 이야기다. ‘마이 웨이(My Way)’를 따라 드라마틱한 학창 시절을 보낸 이 4명을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만났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채용하는 인턴사원 850명(해외 인턴 50명 포함) 중 약 400명을 ‘창의 전형’으로 뽑기로 했다. 포스코는 다른 계열사에 앞서 20일 상반기 인턴사원 합격자 250여 명을 발표했다. 이 중 절반이 창의 전형, 즉 탈스펙 전형을 통해 합격했다. 이들은 지원서에 학교, 학점, 토익 점수를 쓰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사진도 붙이지 않았다. 오로지 자유로운 형식으로 써낸 에세이 속에 담긴 열정과 끼로만 승부했다.
김충환 씨(27·동국대 경제학과 졸업)는 취업을 준비하며 스펙만 요구하는 기업들에 염증을 느꼈다. 20대 초반에 온라인쇼핑몰을 차려 2800여 종류의 신발과 의류를 팔았던 그의 경험에 대해 누구 하나 관심을 가져주는 이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이번 포스코 탈스펙 전형은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다.
그는 면접 전날 무작정 경북 포항시의 포항제철소까지 달려갔다. 출근하는 직원들을 붙잡고 다짜고짜 회사에 대해 물었다. 24시간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제철소를 바라보며 마음도 다잡았다. 그런 열정에 회사는 감동했다. 그는 “회사가 지금 나의 모습이 아닌 나의 가능성을 인정해준 게 무엇보다 기쁘다”고 했다.
○ 과감하게 저질러라
이 씨는 결국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으로 지원해 2010년 9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2년간 캄보디아로 떠났다. 그는 오지 마을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집짓기 봉사를 하며 땀을 흘렸다. ‘나누는 기쁨’에 취해 아예 사회공헌 전문가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다. 그는 “기업체의 사회공헌은 이미지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자부심을 높이는 필수 요소”라며 “나의 경험과 열정이 포스코의 사회공헌 사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원 씨(27·한동대 경영학과 졸업)는 어려워진 집안을 돕기 위해 아버지가 팔던 말린 감을 소셜커머스로 팔아 단기간에 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너무 싼값에 물건을 팔아치워 손해는 봤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 장 씨는 “다시 그 상황이 되어도 똑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인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창의 전형은 객관적 수치보다는 지원자들의 잠재된 역량을 평가한다”며 “불필요한 ‘스펙 쌓기’에 소요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턴들은 다음 달부터 5개월 동안 이번 실험의 성공 여부를 증명하게 된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