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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조세피난처 비자금’ 막아야 경제 정의 바로 선다

입력 | 2013-05-24 03:00:00


CJ그룹이 홍콩의 스위스계 은행 비밀계좌에 숨겨둔 해외비자금을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 등에 투자했다가 자금 세탁을 거쳐 국내로 들여온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CJ그룹이 국내에서 어떻게 비자금을 만들었는지, 비자금을 어떻게 해외로 빼돌렸다가 다시 들여왔는지, 탈세는 없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 남매에 대해서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비자금 조성의 수법은 다양하지만 회사에 부당한 손실을 끼치게 되는 점은 똑같다. 비자금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해 불리는 과정에서도 ‘회사 이익 빼돌리기’ 수법이 동원된다. 어떤 수법이든 다수의 일반 소액 주주로부터 돈을 빼내 소수의 지배 주주가 가로채는 것이 비자금의 본질이다.

검찰은 2007년 CJ그룹의 청부살인 미수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울지방국세청이 이재현 회장의 차명 비자금과 세금 탈루를 확인하고도 고발하지 않은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서울청은 그제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서울청은 올해 3월에도 직원들이 뇌물과 상납을 받아 압수수색을 당했다. 범죄 피의자 취급을 받는 국가기관의 꼴이 말이 아니다.

한 인터넷 매체는 한국인 245명이 조세피난처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면서 그 가운데 5명의 실명을 공개했다. 기업들은 해외 사업을 하면서 기업 설립과 청산 절차가 간편한 페이퍼컴퍼니를 자주 이용한다. 명단에 포함됐더라도 합법적인 기업 활동일 수 있으므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그러나 페이퍼컴퍼니는 기업과 부유층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탈세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국세청이 조세피난처를 통한 탈세를 적발해 추징한 세액이 2008년 30건 1503억 원에서 작년엔 202건 825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박근혜정부에서도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해외계좌 보유와 세금탈루 의혹으로 인사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역외(域外) 탈세가 반복되면 우리 사회에 반(反)기업 정서와 경제민주화 요구가 더 커지게 된다. 당국은 외국과 금융정보를 공유해 역외 탈세를 빠짐없이 적발함으로써 경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대기업과 오너 기업인들이 먼저 각성하고 윤리 경영의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대기업 탈세와 재산 빼돌리기를 막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