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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대셔 교수 “삼성-LG, 중소벤처의 ‘키다리 아저씨’ 되어야”

입력 | 2013-05-24 03:00:00

대기업 역할 강조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을 돕는 ‘보이지 않는 손’은 구글이나 애플 같은 빅 컴퍼니입니다. 한국도 벤처생태계를 키우려면 대기업이 나서야 합니다. 이들이 벤처기업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사거나 활용해 벤처생태계를 키워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열린 혁신(open innovation)’입니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타클래라 카운티의 스탠퍼드대 연구실에서 만난 리처드 대셔 교수(사진)는 한국의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의 동향을 항상 주시하고 이를 사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스탠퍼드대 US-아시아 기술경영센터장으로 재직하며 아시아권의 스타트업(벤처) 기업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10년간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했고 애플도 ‘아이팟’을 개발하며 7개의 스타트업을 인수했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대기업은 기술과 인재를 얻고, 벤처기업 투자자들은 자금을 회수해 또 다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셔 교수는 “최근 여러 차례 한국 벤처기업인들을 만나봤는데 창의적인 인재가 참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다만 한국과 같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는 벤처기업이 국내에만 머물지 말고 세계시장 진출을 모색해야 더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 벤처의 가장 큰 약점으로는 실리콘밸리같이 탄탄한 네트워킹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서로 대화하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사업모델을 떠올리는데 한국에선 벤처기업들 간에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발전시킬 창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셔 교수는 동아일보와 베인앤컴퍼니코리아의 ‘동아·베인 창조경제지수(DBCE지수)’ 평가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평가 결과 한국의 창조경제 역량이 중국보다 떨어진다는 진단을 받은 데 대해 “중국은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대기업과 작은 벤처기업들이 함께 성장해 둘 사이에 큰 격차가 없지만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커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샌타클래라=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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