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수도권/두근두근 메트로]뚝섬한강공원 인공암벽 등반 체험

입력 | 2013-05-24 03:00:00

나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후들후들
줄잡고 눈깜짝할 새 바닥에 짜릿짜릿




본보 손효주 기자(오른쪽)가 21일 저녁 뚝섬한강공원 인공암벽장에 설치된 높이 15m 암벽에 오르기 전 김은희 대표의 도움을 받아 높이 5m 암벽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2006년 개장한 뚝섬인공암벽장은 한강을 보며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어 많은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1일 오후 7시 서울 뚝섬한강공원 인공암벽등반(스포츠클라이밍)장. 높이 15m에 폭 40m, 5면으로 된 암벽을 올려다보니 백색 조명이 켜진 암벽에 6명이 ‘스파이더맨’처럼 매달려 있었다. 지상에선 고등학생부터 60대까지 40여 명이 암벽에 오를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뚝섬암벽장은 지하철 7호선 뚝섬유원지역 3번 출구에서 3∼4분만 걸으면 나온다. 암벽장은 한강 둔치에서 50m가량 떨어져 있다. 수목이 우거지고 강바람이 부는 곳이어서 암벽 등반 마니아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 중 한 곳이다. 이용자는 난이도에 따라 14단계의 등반코스를 실력에 맞게 선택해 한 단계씩 정복해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냥 올라가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악으로 버티면 될 거 같은데요.” 기자의 말에 인공암벽장을 운영하는 뚝섬클라이머스 김은희 대표(46·여)는 “그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며 고개를 저었다. 김 대표는 “기본 안전 장비부터 착용하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홀드(세라믹 등으로 만든 손잡이)를 잡는 순간 후회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하네스(안전을 위해 허리와 다리에 차는 벨트), 암벽용 신발, 초크(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가루), 초크통, 로프(50m)를 가져왔다. 암벽용 신발을 신고 하네스를 찼다. 하네스 앞쪽에 로프를 묶은 다음 뒤쪽에 초크를 넣은 통을 차니 장비는 완료됐다.

기자는 도전하기 전 암벽등반 마니아들이 중력을 거스르는 듯 암벽을 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이 15m 정상에 있는 마지막 퀵도르(로프를 걸 수 있는 수갑 모양의 장비)에 로프를 걸고 “완료!”라고 외치자 ‘확보자’가 줄을 탱탱하게 끌어당겼다. 확보자는 밑에서 로프를 잡아줘 등반자가 안전하게 땅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이용자끼리 등반자와 확보자로 역할 분담을 한다. 등반자는 몸에 묶인 줄을 타고 안전하게 착지했다.

기자도 첫발을 뗐다. 자신만만했던 마음은 홀드를 잡자마자 사라졌다. 온몸의 근육에 모두 힘이 들어가면서 몸이 떨렸다. 방금 전 본 클라이머처럼 자유자재로 팔다리를 옮기고 싶었지만 홀드를 잡은 손과 발이 떨어지지 않아 바둥거리기만 했다. 간신히 6m를 올라갔지만 버티기 힘들었다. 기자가 “추락”이라고 외치자 김 대표가 아래에서 “홀드를 쥔 손을 놓으세요”라고 외쳤다. 홀드를 놓으면 떨어질 것 같았다. 여러 차례 갈등한 끝에 홀드를 놓자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다음 바닥으로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다. 지상에 발이 닿는 순간 짜릿한 느낌이 밀려왔다. 정상 도달에는 실패했지만 온몸 근육을 빼놓지 않고 사용한 뒤 오는 느낌은 상쾌함 그 자체였다.

25년째 인공암벽등반을 즐기는 한재만 씨(50)는 수제화 가게에서 신발 부품을 만드는 일을 한다. 그는 “일을 할 때는 몸의 일부 근육만 반복해서 쓰는데 이곳에서 암벽을 타면 근육을 모두 사용한다”며 “전신에 잔 근육이 생겨 몸이 예쁘게 만들어진다”고 했다. 암벽장에는 한 씨처럼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온 직장인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 10명가량 암벽에 오를 수 있는 반면 암벽을 타려는 사람은 많은 탓에 상당 시간 기다려야 한다.

장비만 있으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용시간은 성수기(3∼11월) 기준 오전 9시∼오후 9시. 뚝섬한강공원 주차장에 최초 30분에 1000원, 초과 10분당 200원을 내고 주차할 수 있다. 4∼11월 매월 선착순 10명씩 무료 교육을 한다. 교육 신청은 매월 20일 오전 10시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받는다. 수강생에게는 암벽화 외에 모든 장비를 무료로 빌려준다. 응봉산암벽공원, 보라매공원, 수락산당고개공원에도 인공암벽장이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