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끕 언어/권희린 지음·300쪽·1만5000원·네시간
하지만 정작 교사는 애매하다. 예쁘다는 뜻일까, 아님 짜증난다는 뜻일까. ‘쩐다’는 말이 낯설었기 때문이다. 국어사전에는 없지만, 학생들이 흔히 쓰는 비속어, 은어들. 어원과 정확한 뜻조차 애매한 이들 단어에 대해 5년차 고교 국어교사인 저자는 나름대로의 해석을 정리해갔다. 더 신기한 것은 지난해 2학기에 당당히 국어 시간에 비속어 수업을 5분씩 진행한 것이다.
반응은 어땠을까. “선생님 입에서 비속어가 나오니 학생들이 ‘왜 그런 말을 써요’라며 오히려 신기해했죠. ‘너희들이 자주 쓰는 말들의 정확한 뜻을 알려주려고 하는 거야. 뜻은 알고 써야 하지 않겠니’라고 설명했죠.”
권희린 씨
이를테면 아이들이 가장 많이 쓰는 비속어는 ‘존나’다. ‘남성의 성기가 튀어나올 정도’라는 어원을 갖고 있으며 현재는 아이들에게 ‘아주’ ‘매우’와 동의어가 돼버렸다고 저자는 말한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 “선생님 애들이 존나 떠들어요” “선생님 칠판이 존나 안 보여요”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 정작 황당한 것은 저자의 다음 말이다. “보통 이런 말을 하는 학생들은 그나마 수업 시간에 잘 참여하는 모범생들이다. 보통 공부할 마음이 없으면 수업 시간에 뭘 하는지 관심도 없고 선생님에게 질문도 하지 않는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자신도 많이 배웠고, 스스로 반성도 했다는 저자. 이를테면 수업시간에 분위기를 깨고 장난치고 웃는 학생에게 홧김에 “어디서 실실 쪼개고 있어?”라고 말했다는 것. “‘쪼개다’라는 말은 주로 강자가 약자에게 위협을 가할 때 많이 써온 단어다. … 강하게 말해야 (학생이) ‘꼬리’를 내린다고 정당한 변명을 해보고 싶지만 나는 그 학생에게 강자이고 싶었던 거였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비속어 사용을 조심하게 됐지만 저자는 “비속어 사용을 금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적절하게 사용하면 우리 대화를 말랑말랑하고 재미나게 만들어준다는 것. 국어교사로서 소신 발언인 셈인데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 책은 비속어를 ‘B끕 언어’라 칭하며, 싸이의 ‘강남스타일’처럼 B급 정서가 세계인을 움직인다고도 말한다. “B급은 A급보다 솔직하고 당당하다”는 논리도 편다. 하지만 싸이의 B급 뮤직비디오는 ‘장난’이지만, B급 언어(비속어)는 ‘언어폭력’에 가깝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