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부딪쳐라 세상이 답해줄 때까지/마이클 무어 지음·오애리 옮김/340쪽·1만4000원/교보문고
남자의 수상 소감이 문제였다.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남자는 무대에 올라 “대통령이 허구의 이유로 전쟁을 벌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끄러운 줄 알라”고 했다. 당시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조차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지 않는 미국 분위기에서 이 발언은 이례적이었다. 나중에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남자의 수상 소감은 설득력을 얻었다.
이 남자는 왜 사회의 주류 질서에 반하는 반골이 됐을까? 그는 고등학교 대신 가톨릭 신부가 되려고 신학교에 들어갔다. 전 과목에서 A학점을 받았지만 신에 대한 믿음을 부정하는 질문을 자꾸 해 학교에서 쫓겨났다. 신학교를 나온 뒤 편입한 공립고등학교. 여름 캠프에 참가한 17세 소년은 흑인을 멤버로 받지 않는 골프클럽이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주제로 연설 콘테스트를 주최한다는 사실에 격분했다.
커서 영화감독이 된 이 남자는 ‘화씨 911’로 2004년 세계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탔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사상 첫 최우수작품상 수상이었다. 이라크전쟁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 영화의 수상을 두고 당시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을 겨냥한 정치적 수류탄”이라고 논평했다. 남자는 2005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선정됐다. 세상이 모두 당연하다고 믿는 것 뒤에는 보지 못하는 진실이 있을 수 있다고 끊임없이 말해 온 이 남자. 책은 마이클 무어 감독의 자전적 에세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