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룡해, 시진핑 만나 김정은 친서 전달
군복 벗은 최룡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공산당 총서기(오른쪽)가 2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시 주석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문했고, 최 총정치국장은 6자회담 복귀를 시사했다. 베이징=신화통신 연합뉴스
하지만 시 주석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음에도 최룡해가 비핵화에 대해선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제 대화 복귀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으로 한국 정부는 보고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한국 정부의 전방위 외교, 즉 코리아 이니셔티브 디플로머시(KI-디플로머시)가 절실한 시점이 온 것이다.
○ “6자회담 복귀 의사 밝힌 건 긍정적”
정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이 시 주석에게 대화 복귀를 약속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자처하면서 비핵화 회담엔 나서지 않겠다고 주장해 온 상황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인 6자회담의 장으로 돌아올 ‘적극적 행동 의사’를 밝힌 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실제적 행동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 국면을 완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수용한 셈이어서 중국의 위신은 일단 살았다. 시 주석은 다음 달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과 다음 달 말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메신저, 비핵화의 중재자, 6자회담 의장국임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대화 복귀 의사를 전하고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그리고리 로그비노프 6자회담 차석대사는 이날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며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북-중-러가 한국과 미국에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을 압박하는 전선을 형성하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비핵화 강조한 시진핑에 입 다문 최룡해
특사외교로 북-중 간 불협화음을 봉합하는 모양을 취하긴 했지만 비핵화를 둘러싸고 이견을 노출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3차 핵실험 이후 중국까지 북한을 압박하자 고립 위기에 처한 북한의 립서비스일 수도 있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는 “북한은 비핵화 회담 이탈과 복귀를 협상 카드로 이용해 왔다”며 “이번에도 6자회담 복귀를 카드로 활용해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북-미 간 ‘2·29합의’ 파기 이후 북한에 극도로 실망한 미국은 대화 복귀에 보상은 없으며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취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국, 전방위 외교가 필요하다
결국 공은 한국과 미국에 넘어온 셈이다. 북한의 대화 복귀 의사를 환영하는 중국 러시아와 북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한국 미국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면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사를 적극 평가해줌에 따라 한미 양국은 중국에 강력한 대북 제재를 유지해 달라고 요구하기 어려워졌다. 북한이 이렇게 중국을 다시 자기편으로 끌어들여 한미중 공조를 분열시키고 분란을 야기하면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노림수로 특사외교를 펼쳤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대화는 재개되지 않고 제재만 약화된다면 이것이야말로 북한이 노리는 시간벌기를 통한 핵 보유 굳히기 전략이 되는 셈이다.
○ 애 먹인 중국, 군복 벗은 최룡해
최룡해가 전날 상무위원 가운데 서열 3위이자 한반도통인 장더장(張德江) 대신 외교·안보와 거의 상관이 없는 류윈산(서열 5위)을 만난 것도 중국의 북한 길들이기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완준 기자·베이징=고기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