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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서커스’… 마이클 잭슨을 부활시키다

입력 | 2013-05-27 03:00:00

日 나고야 ‘이모털 월드투어’ 쇼 현장




24일 일본 나고야 니혼가이시홀에서 열린 태양의서커스 ‘마이클 잭슨 이모털 월드투어’. 잭슨을 상징하는 커다란 검은 구두 소품 안에서 무용수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한국 공연은 7월에 열린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세계적인 공연제작사 태양의서커스의 ‘마이클 잭슨 이모털 월드투어’는 팝스타 마이클 잭슨(1958∼2009)의 대저택 네버랜드의 대문이 활짝 열리면서 시작됐다. 24일 오후 일본 나고야 니혼가이시홀에는 잭슨의 생전 목소리가 한가득 울려 퍼졌다. 잭슨의 음악과 춤, 그리고 공중에선 아슬아슬한 서커스가 동시에 펼쳐졌다.

그동안 태양의서커스는 주로 ‘빅톱’이라 불리는 2500석 규모의 대형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공연을 펼쳐 왔다. 하지만 이번 월드투어는 95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펼쳐졌다. 잭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디스 이즈 잇(This is it) 월드투어’를 실현하려 대형콘서트 규모에 맞췄기 때문이다. 태양의서커스는 이 공연을 위해 잭슨 재단과 독점계약하고 대형콘서트 연출가 제이미 킹, 안무가 트래비스 페인을 비롯한 잭슨의 동료들과 손잡았다.

이번 공연은 ‘데인저러스’ ‘빌리진’ ‘스무스 크리미널’을 비롯한 35곡의 노래로 꾸며졌다. 무대 뒤 대형 화면엔 뮤직비디오 속 잭슨의 모습이 등장한다. 무대 위 무용수 49명은 노래에 맞춰 잭슨의 대표적인 춤 ‘문워크’와 상체를 45도가량 앞으로 기울이는 ‘린댄스’ 등을 군무로 선보였다. 천장에 매달린 줄에 의지해 날아다니는 플라잉 액트도 음악에 맞춰 등장했다.

쇼를 가능하게 한 동력은 잭슨의 목소리였다. 태양의서커스는 잭슨 재단과의 계약으로 200GB(기가바이트) 용량의 목소리 파일을 얻었다. 공연에선 그의 음성에 11인조 라이브밴드 연주와 보컬 2명의 목소리를 즉석에서 입혔다. 그가 앨범을 녹음했을 때 박자를 맞추려 발을 구르던 소리, ‘와우’ ‘합’ ‘후’ ‘하’ 같은 애드리브까지 그대로 들려준다. 모두가 조용해지고 잭슨의 목소리만 공연장에 울려 퍼질 땐 죽은 잭슨이 마이크를 잡고 있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태양의서커스는 잭슨이 디스 이즈 잇 월드투어를 위해 고안했던 아이디어를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빌리진’ 무대에서는 댄서 8명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600개를 부착한 의상을 입고 나왔다. 화려한 색으로 빛나는 LED 조명의 움직임으로 무용수들의 몸놀림을 볼 수 있다. 네이트 몬델 LED 테크니션은 “조명알 하나하나가 RGB(적·녹·청)라서 원하는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무선신호를 통해 알마다 따로 색깔 조절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공연 막바지엔 잭슨 헌정공연답게 무대에 거대한 장막이 드리우고 어린 잭슨이 부르는 ‘아일 비 데어(I'll be there)’ 영상이 나온다. 관객들 모두가 숙연해지는 순간이다. 공연에 동원된 1200여 개의 소품, 무대 장치들은 선박컨테이너 49개 분량이다. 서커스 묘기보다 무대를 통해 잭슨을 부활시키기 위한 것들이다.

기존 태양의서커스 공연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직장인 마에다 도모코 씨(23·여)는 “2년 전 빅톱 텐트에서 태양의서커스의 ‘쿠자’를 봤을 때 느낌과 다르다. 바로 내 머리 위에서 무용수가 날아다니던 그런 짜릿함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주부 기타무라 마사코 씨(42·여)는 “잭슨의 음악과 서커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눈과 귀 모두 즐거웠다”고 했다.

이 공연은 대만 타이베이를 거쳐 7월 서울(10∼1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과 대구(17∼21일 엑스코 1층 전시홀)에서 공연된다. 6만∼16만 원. 02-541-3173

나고야=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