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뮌헨, 유럽 평정 3가지 원동력
1골 1AS MVP …작년 결승전 PK실축 아픔 씻어
하인케스감독의 힘…컵대회 우승시 트레블 달성
압박·점유율 축구에 세밀함 더한 獨 축구의 완성
○로번, 미운 오리에서 영웅으로
초반 흐름은 도르트문트가 잡았다. 그러나 관록은 무시할 수 없었다. 후반 15분 프랭크 리베리의 발끝을 떠난 볼을 잡은 로번이 크로스를 올리자 만주키치가 왼발 슛으로 연결해 리드를 잡았다. 8분 후 수비수 단테의 파울로 내준 페널티킥(PK)을 도르트문트 일카이 귄도간이 동점골로 연결했지만 뮌헨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종료 직전 리베리의 패스를 문전 쇄도하던 로번이 상대 수비수를 따돌린 뒤 왼발 슛으로 골 망을 갈랐다. 1골1도움을 올리며 뮌헨의 새 역사를 쓴 로번은 MVP에 선정됐다. 로번은 1년 전만 해도 ‘역적’ 논란에 시달렸다. 2011∼2012시즌 뮌헨은 첼시(잉글랜드)와 대회 결승에서 로번의 PK실축으로 준우승에 그쳤다. 2009∼2010시즌에도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도 로번은 전반 두어 차례 기회를 무산시켰다. 시상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로번은 “또 한 번 패자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우린 역사를 썼다”며 감동을 전했다.
○강렬했던 하인케스의 힘
뮌헨의 영광 뒤에는 유프 하인케스(68·독일) 감독이 있었다. 1987∼1991년, 2009년에 이어 2011년부터 3번째 뮌헨 지휘봉을 잡은 하인케스의 지도력이 빛났다. 앞서 하인케스는 1997∼1998시즌 레알 마드리드를 챔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바 있다. 두 개 팀을 유럽 왕좌에 등극시킨 건 에른스트 하펠-오트마르 히츠펠트-주제 무리뉴 감독에 이어 4번째다. 그는 가족을 위해 올 시즌을 끝으로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고, 뮌헨은 하인케스의 후임자로 FC바르셀로나 출신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을 내정한 상태다. 그러나 하인케스의 위대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뮌헨은 6월2일 열릴 독일 컵 대회(DFB 포칼) 결승을 앞뒀다. 분데스리가-챔스리그에 이어 컵 대회까지 제패하면 3관왕이다. 유럽 전체를 봐도 시즌 3관왕은 2009∼2010시즌 인터 밀란(이탈리아) 등 6차례에 불과하다. “우린 계속 발전했다. 적절한 변화와 조화가 이룬 위대한 결과였다.”(하인케스)
뮌헨도, 도르트문트도 멋진 여정을 했다. 특히 대회 4강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양대 산맥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제압하면서 ‘대세’임을 확인시켰다. 뮌헨은 바르셀로나를 1∼2차전 합계 7-0으로, 도르트문트는 마드리드를 합계 4-3으로 꺾었다. 과거 독일 축구는 ‘힘과 높이, 조직력’으로 대표됐다. 뮌헨은 여기에 강한 압박과 높은 볼 점유로 공간을 찾았다. 세밀함도 장착됐다. 최근까지 유럽 내 최고의 ‘공간 활용’ 축구는 스페인이 했지만 독일은 자신의 장점에 상대의 ‘배울 점’까지 추가해 실력을 업그레이드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