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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습관까지 같아진 리듬체조 다섯 요정

입력 | 2013-05-27 03:00:00

■ 국가대표 단체팀 구슬땀
“나 혼자 잘한다고 되진 않잖아요”… 같은 동작 반복훈련에 자정 넘기기도
북한 선수출신 이경희씨 코치로 영입… 6월 아시아선수권 첫 메달 도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단체팀이 2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 필승주체육관에서 볼과 리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단체팀은 다음 달 5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해 한국 단체팀 사상 첫 국제대회 메달을 노린다. 왼쪽부터 김연정(청주중앙여고), 이지우(오금고), 이경은(세종대), 양현진(이매고), 이나영(세종고).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경희 코치

리듬체조 국가대표 단체팀은 다섯 손가락이다. 손가락 하나만 아파도 손을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것처럼 이경은(21·세종대), 이나영(18·세종고), 김연정(17·청주중앙여고), 이지우(16·오금고), 양현진(16·이매고)도 한 명이라도 다치면 훈련조차 하지 못한다.

리듬체조 단체팀은 5명이 모두 곤봉을 들고 하는 단일수구 경기와 리본 3개, 볼 2개를 들고 하는 복합수구 경기를 치른다. 수구를 주고받는 등 모든 안무에서 5명이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빠지면 연기를 할 수 없다. 이나영은 “올해 초 감기 몸살을 심하게 앓아 쉬고 싶었지만 훈련에 참가했다. 아프다고 빠지면 동료들은 아예 훈련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호흡을 맞춰야 하기에 후보 선수도 없다.

경기 때는 물론이고 훈련을 할 때도 5명 모두가 틀리지 않고 정확한 동작을 해야 한다. 이지우는 “같은 동작을 한 사람도 실수 없이 하기 위해 하루에 40번 넘게 반복하다 밤 12시에야 훈련이 끝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경은은 “단체팀은 리듬체조 선수들도 기피하는 종목이다. 훈련도 힘들지만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종목이 아니다. 모두 같은 수준으로 함께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2배 이상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에 단체팀은 국가대표 팀이 유일하다. 대한체조협회는 올림픽 첫 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지난해 1월 주니어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을 만들었다. 국제대회 때마다 새로 팀을 만드는 대신에 4년간의 장기 계획으로 단체팀을 육성하겠다는 것. 1991년 하계유니버시아드 3관왕에 오르며 당시 아시아 선수로는 최고 성적을 낸 북한 리듬체조 선수 출신 이경희 코치(42)도 영입했다. 2007년 탈북해 중국을 거쳐 한국땅을 밟은 이 코치는 “이번에는 당장의 성적이 아닌 가능성을 보고 뽑은 선수들이다. 세계선수권 15위 안에 들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말했다.

단체팀은 1년 이상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부대끼며 친자매 이상으로 친해졌다. 이나영은 “다들 가족보다 대표팀이 더 친하다고 말한다. 생각은 물론이고 습관까지 모두 비슷해졌을 정도다”고 말했다. 단체팀은 다음 달 5일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다. 목표는 한국 단체팀 사상 첫 국제대회 메달이다. 이경은은 “메달을 따고 올림픽에 출전해 리듬체조 단체팀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