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월 국회, 인기만 좇는 경제민주화법은 안 된다

다음 달 3일부터 열리는 6월 임시국회는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새 원내지도부가 첫 지휘봉을 잡는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입법에 주력하겠다고,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선의의 입법 경쟁을 기대한다.

이번 임시국회의 최대 쟁점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다. 경제민주화법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심의한다. 남양유업 사태에서 드러났듯 본사가 대리점에 물품 구입을 강요하는 ‘밀어내기’ 관행은 근절돼야 한다는 게 국민적 공감대다. 그런 분위기에 힘입어 대리점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본사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판 노예계약’으로 불리는 프랜차이즈 사업본부와 가맹점 업주의 관계를 바꾸기 위해 가맹점 업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가맹사업법도 논의한다.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법안도 있다. 이 법안들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하지 못해 6월로 넘겨진 것이다. 정무위는 대주주 적격성심사를 은행에서 보험 증권 카드사 등 비은행권으로 확대하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과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9%에서 4%로 줄이는 금융지주회사법도 다룬다. 모두 재계에 미치는 파장이 간단치 않은 법안으로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경제민주화법은 규제 강도를 놓고 새누리당 내에서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뉠 정도로 예민한 사안이다. 민주당은 ‘을(乙)을 위한 입법’이라는 플래카드를 높이 들었지만 지나친 인기영합주의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경제활동을 모두 갑을 관계로만 따지는 경직된 사고로는 자칫 경제의 활력을 죽일 수 있다. 여야는 경제민주화 명분을 내세워 정상적인 기업 활동마저 옥죄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대기업이 경제적인 약자를 후려치고 억누르는 행위는 이참에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부(富)의 부당한 대물림도 공정거래를 해치는 행위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라는 시류를 타고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상대를 고사시키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야 새 원내지도부는 이념을 떠나 지나치게 기업을 규제하는 입법 활동은 지양해야 한다. 법안에 무리한 요소는 없는지 찬찬히 따져 관련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길 기대한다. 재계도 기업 하기 어렵다고 엄살만 부릴 게 아니라 그동안 잘못한 것은 반성하고 바로잡는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