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53)이 비자금 조성과 운용을 직접 보고받고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이미경 CJ E&M 총괄 부회장(55)도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어머니인 손복남 CJ그룹 고문(80·사진)에게까지 수사가 확대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 고문이 대외 활동은 하지 않지만 그룹 내 주요 업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 최근 CJ그룹을 퇴직한 한 전직 임원은 26일 동아일보 취재팀과 만나 “손 고문은 요즘도 서울 남대문 본사 집무실로 출근해 주요 업무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손 고문의 가문 내 위치와 경영에 관여한 이력 등에 주목하고 있다. 손 고문은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부인으로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맏며느리다. 농림부 양정국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고 손영기 씨의 딸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손경식 CJ그룹 공동회장(74)의 누나다. 그는 1993년 제일제당이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나올 때 자신이 갖고 있던 삼성화재 지분 12.8%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갖고 있던 제일제당 지분 11.3%를 맞바꿨다. 이듬해 3월 제일제당은 대주주가 ‘손복남 외 3인’으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이후 손 고문은 1998년 장남인 이 회장에게 제일제당 주식 116만 주를 증여하는 등 자신의 주식을 몰아주며 힘을 실어줬다. CJ그룹 출신 관계자는 “2000년대 제일제당의 사명이 ‘CJ’로 바뀐 뒤 영업 일선에서 혼란이 일자 손 고문이 직접 나서 지주회사는 CJ㈜, 제일제당은 CJ제일제당으로 하라고 교통정리를 했다”고 전했다.
차남인 이재환 재산커뮤니케이션즈 사장(51)은 CJ그룹 상무 출신으로 2005년 CJ그룹을 떠나 회사를 차렸다. 이 사장이 대표로 있는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CJ CGV 영화관 광고와 CJ 계열사 광고 대행을 독점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액은 192억 원, 영업이익은 8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45.8%나 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세 남매가 돈독한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 견제하거나 경쟁하지 않는 것은 손 고문이 막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관심사는 손 고문이 오너 일가 차명재산 관리와 해외 재산 도피에 관여했는지다. 오너 일가의 차명재산이 홍콩 싱가포르 스위스 등지의 해외 차명 증권 및 예금 계좌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 등을 거치며 세탁되고 불려진 뒤 국내로 흘러들어와 그룹 내 지분 확보 및 유지에 쓰인 의혹이 제기된 상태여서 손 고문이 이런 사실을 보고받거나 관여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안에서도 “손 고문에 대한 조사 없이 이번 수사를 마무리하긴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범석·전지성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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