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재무2팀장 청부살인 수사때 압수검찰, 경찰이 놓쳤던 파일 복원… 차명재산-미술품 거래내용 등 드러나
CJ그룹은 2008년 이후 세 차례 수사 대상에 올랐지만 그때마다 초기 단계에서 수사망을 피해갔다. 수개월 전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고 검찰에 통보한 뒤에야 검찰은 처음으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네 번째 만에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검찰이 지난주 CJ그룹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오너 일가의 국내외 차명재산과 비자금 관리를 책임진 것으로 알려진 부사장 신모 씨 때문이었다고 한다. 홍콩에 위치한 CJ차이나 법인장인 그는 최근 오랜만에 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하려다 자신이 출국 금지된 사실을 알게 됐다. 신 씨는 2000년대 초부터 제일제당 홍콩법인장 등을 지내며 주로 해외에서 활동해 온 그룹 내 재무·국제통이다. CJ그룹은 신 씨의 출금 사실을 알고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자 검찰도 압수수색을 더이상 미룰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회장의 차명재산 해외 도피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07년 11월부터 전 재무2팀장 이모 씨의 청부 살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이 씨가 이 회장 차명재산 중 일부를 빼돌려 맡겼던 사채업자에 대한 계좌추적 영장을 신청했다. 수사를 지휘하던 검사는 계좌추적 영장에 ‘대기업 ○○사 자금부장 관련’이라고만 돼 있어 누구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담당 경찰관에게 어떤 대기업의 누구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지 묻자 경찰관은 조심스럽게 이 회장 이름을 꺼냈다.
그러나 이 회장 차명재산의 출처는 알 수 없었다. 그런데도 국세청은 이 회장에게서 “선대 회장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이라는 말을 듣고 세금 1700억 원만 받아낸 뒤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채 세무조사를 마쳤다. 검찰도 더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CJ와 이 회장이 첫 검찰 수사를 피한 순간이었다. CJ는 이어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 더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모두 빠져나갔다.
FIU의 통보에 따라 다시 점화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의 이번 CJ그룹 수사는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이 회장의 소환 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검찰이 확보한 물증이 많아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에 어려움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하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