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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쫓겨난 CJ 前재무팀장이 회장에게 쓴 편지엔…

입력 | 2013-05-27 03:00:00

“말씀하신 기타자산 투자 추진했습니다”
檢 “자금운용 언급하며 복직 요구” 재산도피 지시하고 보고받은 정황
세무조사 로비의혹 천신일 일본行




검찰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차명재산과 비자금의 해외 도피를 지시하고 보고받았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담긴 편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2007년 5월 이 회장의 ‘금고지기’였던 당시 그룹 재무2팀장 이모 씨가 이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 이 같은 정황을 보여주는 표현을 담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 편지는 이 씨가 이 회장의 비자금 중 230억 원을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 퇴사한 뒤 복직을 요구하며 쓴 30여 장 분량으로, 사실상 협박용이었다. 이 편지는 2007∼2008년 경찰 수사 때 이 씨에게서 압수한 휴대용 저장장치인 USB 메모리에 저장돼 있었다. 검찰은 이 USB 메모리를 복원해 편지와 국내 차명자산 관리 파일 등을 찾아냈다.

검찰이 확보한 이 편지에는 ‘그때 말씀하신 국내 기타 자산은…’ ‘투자 건은 잘 추진하고 있었습니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검찰은 ‘국내 기타 자산’을 이 회장의 국내 차명재산과 비자금으로 보고 있다. 편지와 함께 USB 메모리에서 발견된 국내 차명재산 관리 파일에 차명재산과 비자금 운용 명세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투자’는 재산 해외도피의 의미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편지에는 본보가 24일 단독 보도한 스위스 최대 은행 UBS 관계자와 이 회장의 회동도 언급돼 있는데, 이 씨가 이 회장의 차명재산과 비자금을 UBS 비밀계좌에 예치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투자’로 표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국외로 빼돌려진 차명재산과 비자금을 ‘해외 기타 자산’으로 표현한 사실도 파악했다. 편지에는 UBS에 예치된 돈이 이 회장의 해외 부동산 구입에 사용된 정황도 나타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가 이런 내용을 편지에 쓴 것은 자신이 관여한 이 회장의 비위 사실을 언급해 복직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사실상 ‘협박편지’라는 것이다. 또 이 씨는 편지에서 이 회장의 차명재산 등을 해외로 빼돌리는 과정을 설명하며 ‘BVI’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이는 브리티시 버진 아일랜드(British Virgin Islands)의 줄임말로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가리킨다. 최근 검찰에 소환된 이 씨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복직되지 않았지만 CJ 측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재계에 무성했다.

한편 2008년 CJ그룹의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을 받았던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은 지난주 일본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천 회장 측 관계자는 2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언제 돌아올지는 모른다”고 했다.

최창봉·최예나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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