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던 이일희(25·볼빅)가 생애 첫 우승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거뒀다. LPGA 투어 진출 4번째 시즌만에 국내에서도 이루지 못한 일을 해냈다.
이일희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카리브해의 섬 바하마 파라다이스 아일랜드의 오션 클럽 골프장에서 12홀로 치러진 LPGA 투어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최종 합계 11언더파 126타로 정상에 올랐다.
1988년 용띠 동갑으로 코리안 낭자 군단의 주축을 이루는 박인비(25·KB금융그룹), 신지애(25·미래에셋)에 가려 국내·국외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못 내던 이일희는 첫 LPGA 투어 우승으로 정상에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프로 데뷔 7년, LPGA 투어 4번째 시즌 만에 얻은 값진 우승 트로피다.
나무랄 데 없는 스윙 자세와 샷 실력을 겸비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주저앉은 바람에 이일희는 2008년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2009년 MBC 투어 제2회 롯데마트 오픈 등 국내 투어 대회에서 두 차례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해부터 LPGA 무대에 전념한 그는 이번 대회까지 통산 5차례 톱 10에 진입하는 성과를 남겼다.
2012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공동 4위에 오르고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공동 9위를 차지해 존재감을 알린 이일희는 6일 끝난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10언더파 274타를 기록하고 공동 3위에 오르며 자신감을 얻었다.
이어 폭우로 하루 12홀씩 사흘간 36홀의 '미니 대회'로 치러진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에서 사흘 내내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정상급 선수를 따돌리고 고대하던 샴페인을 터뜨렸다.
이일희는 마지막날 강풍을 뚫고 보기 없이 버디 5개를 낚는 신들린 샷을 구사하며 어렵게 찾아온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가족 또는 매니지먼트 회사 동료와 투어 대회를 함께 다니는 다른 선수와 달리 이일희는 홀로 투어 스케줄을 소화하는 '독립군'이다.
자식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의 마음이 더 아플까 봐 어떤 환경에서든 밝고 씩씩하게 행동하려는 속 깊은 효녀이기도 하다.
이일희는 지난주까지 드라이버 평균 거리에서 LPGA 선수 중 전체 78위(249.903야드), 평균 타수 66위(72.323타), 평균 퍼트수 46위(29.74)를 달렸다.
<동아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