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넘치는 문화관광과학도시 경주
지난해 복원한 금장대에 최근 황토돛배가 띄워졌다. 산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면 경주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김미정 씨(39·여·서울 광진구)는 최근 경북 경주시 첨성대 앞에서 비단벌레 전기자동차를 타 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부모님과 함께 해 더 좋은 추억이 됐다. 경주의 새로운 상징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야외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이 중 서라벌 중심지였던 동부사적지구(황남동·인왕동 일대)는 나들이하기 딱 좋은 곳이다. 계절마다 피는 꽃과 싱그러운 녹색 물결로 항상 새 옷을 갈아입는다. 신라 문무왕 왕궁 연못으로 조성된 안압지와 신라의 시조로 알려지는 박, 석, 김의 세 성씨 중 김알지의 탄생 설화가 담긴 계림(鷄林) 등이 즐비하다. 크기만 66만9293m²(약 20만 평)에 이르러 산책하며 모두 둘러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아름다운 곤충의 대명사인 비단벌레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초록빛깔의 딱지날개를 장식품 등으로 이용했다. 1970년대 초에 출토된 경북 황남대총 등에도 비단벌레와 관련한 유물이 나왔다. 최정환 경주시 문화관광과장은 “경주의 새로운 관광자원이 되도록 코스를 다양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되살아나는 서라벌 1000년
요즘 경주는 활기가 넘친다. 경주시가 몇 년 동안 추진해 왔던 여러 역사 복원 사업들이 하나씩 결실을 보면서 경주를 관광하는 코스와 방법이 많아졌다.
“화려하고 웅장했던 자태를 보면서 찬란한 신라 역사를 느낄 수 있었어요.” 지난달 월정교(인왕동)를 찾았던 박민정 씨(29·대구 남구)는 다리 외양에 감탄했다.
지난해 9월 복원된 금장대(석장동)의 정자 인근에는 최근 황포돛배가 띄워졌다. 강변도로를 달리던 관광객들이 차를 세워두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만큼 명소가 됐다. 산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면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많은 문인들이 이곳을 찾아 시를 읊었다는 기록이 있다. 경주 출신 소설가 김동리(1913∼1995)의 소설 ‘무녀도’의 배경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유명해졌다.
새로운 1000년 미래의 꿈
경주가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것은 역사복원뿐만 아니라 첨단과학도시 기반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1월 서울에 있던 건설본부를 경주시 동천동으로 옮기는 등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이다. 경주시는 올해를 한수원 경주시대 원년으로 삼고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로 양성자가속기 설치, 특별지원금 및 국비지원사업이 활발하게 추진 되고 있다. 한수원 신사옥은 양북면에 2015년 준공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보문관광단지 내 화백컨벤션센터는 한수원이 1200여억 원을 들여 내년 9월 완공한다. 원자구조를 바꿔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 ‘산업의 손’으로 불리는 양성자가속기도 건천읍에 1조5000억 원을 들여 2018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또 787억 원을 들여 자율형사립고를 설립해 2016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 7월 학교법인을 만들고 10월까지 설립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일반고 수준의 등록금에 우수 교사를 유치해 명문고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경주시는 이 같은 사업들을 첨단과학도시 발전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에 풍부한 관광산업과 연결하는 마이스(MICE)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정하고 집중 육성키로 했다. 경주시는 지난해 각종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마이스산업 중심도시의 가능성과 자신감을 얻었다. 시는 민관이 참여하는 마이스산업 운영기구(컨벤션뷰로)를 설립하고 관련 전문 인력도 양성할 계획이다. 김상준 부시장은 “앞으로 경주는 역사문화관광도시를 기반으로 매력적인 국제회의도시로 발전해 도시 경쟁력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