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지난달 9일 발표한 급발진 추정사고 조사에 대한 정부의 최종 결론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역시 지난 2011년 “사고 차량에 일부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급발진에 영향을 주는 결함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등 급발진 현상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자동차급발진연구회(회장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급발진 의심사고 중 90%가 실제로 급발진에 의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급발진연구회는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급발진 예상원인과 대책’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완성차업체를 비롯해 교통안전공단, 자동차부품연구원 등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연구결과를 예의주시했다.
BMW 5시리즈가 지난 2009년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신차안전도평가를 마친 모습. 교통안전공단 제공
자동차 급발진연구회 김창용 연구원은 “ETCS를 사용하면서 IACV(Idle Air Control Valve) 같은 보조밸브가 없어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최소 공기흐름 유지를 위해 반드시 2~3% 개방율을 유지해야한다”며 “개방율이 0%라는 것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조작해서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자식 진공펌프(EVP) 설치가 급발진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필수 교수는 “급발진 원인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면서 “이번 발표는 추정이고 남은 과제는 제조사가 직접 실험을 통해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는 브레이크 진공배력장치로 인한 ‘압력 서지(Pressure Surge)’ 현상이 급발진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자동차에서 압력서지 현상은 실린더 흡기밸브 작동에 의한 압력변화와 브레이크 작동으로 진공배력장치의 진공호스 쪽에서 발생하는 압력변화가 합쳐지면서 경우에 따라 순간적으로 압력서지가 발생한다는 것. 학회는 압력서지가 스로틀밸브를 급격하게 열리게 하고 이에 따른 많은 양의 연료가 공급되면서 차량의 출력이 급상승해 운전자의 차량 제어가 불가능하게 되는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진공펌프(EVP) 설치가 급발진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VP는 흡입밸브 내 설치를 통해 통제가 가능하고 기존 차량의 경우는 스로틀 바디와 가속페달사이의 소프트웨어적인 설치방법이나 예전에 사용하던 가속페달 연결 케이블의 사용으로 방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 연구회의 주장이 ‘가설’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자동차부품연구원, 교통안전공단, 모 대학 자동차학과 교수 등은 “이번 자동차 급발진 연구회의 급발진 분석은 차량 이상 현상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학회의 분석은 근거자료가 상당히 미약한 수준의 단순 주장에 그쳐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