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농활 투어 출시한 신승현 인디트래블 대표
신승현 인디트래블 대표
○ 진짜 여행을 찾다
프랑스 이탈리아 홍콩 일본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의 진짜 농촌을 체험하며 즐거워했다. 인디트래블의 신승현 대표는 “진짜 신나는 여행은 현지의 문화를 체험하고 현지인들과 교류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인디트래블 제공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신 씨는 대형 건설사에서 공공개발 프로젝트매니저(PM)로 일했다. 관광산업에 관심이 많던 그는 부동산을 통한 관광개발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은 기대와 달랐다. 입사 직후인 2009년 경기 침체로 대부분의 개발 계획이 중단되면서 딱히 할 일이 없는 나날을 보냈다.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하고 고민하다 관광객에게 엽서를 파는 일을 부업으로 시작했다. ‘인디트래블’로 사업자 등록을 한 뒤 인터넷을 뒤져 디자이너를 찾고, 인쇄업체를 섭외하고 문전박대 당해가며 판매처를 뚫었다. 사업의 재미가 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엽서에 이어 장식용 실이 달린 펜도 팔았다. 면세점으로 판로도 넓혔다.
○ 자유 관광대국을 위해
퇴사 후 그는 서울 명동 게스트하우스에서 시급 5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했다. 내심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겠지’라고 생각했던 부모의 근심이 커졌다. 그는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 노하우를 익힌 뒤 에어비앤비 같은 소셜 숙박 중개사이트에 호스트로 등록했다. 이태원, 홍익대 부근의 싼 방을 빌려 꾸민 뒤 외국인들에게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사업도 성공이었다. 두 가지 사업을 원격으로 진행하면서 1년간 런던, 로마 등 세계적인 관광도시에 한 달 이상씩 머물렀다. 무엇이 이 도시들을 관광도시로 만드는지 알고 싶었다.
두 가지를 깨닫게 됐다. 한국의 관광·문화 콘텐츠는 충분히 훌륭하다. 그러나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인프라가 없다. 외국인 친구들을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축제에 데려갔다가 재미없다고 욕을 먹은 적이 부지기수였다. 네이버엔 뜨는 한국의 공연, 숙박 정보가 구글에선 검색이 안 돼 예약을 못하는 친구도 많았다. 신 씨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처럼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도 현지인의 삶과 문화를 손쉽게 즐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귀국한 뒤 ‘농활’을 테마로 한 투어상품을 내놓았다. 결과는 성공. 낮에는 일하고 저녁엔 삼계탕 끓여먹고 밤에는 막걸리를 마신 관광객들은 진짜 한국을 체험했다며 기뻐했다. 마을 역시 새로운 활력을 얻었다. 소문을 듣고 지방자치단체 몇 곳이 농활 투어를 함께 진행하자고 연락해 왔다.
신 씨는 인디트래블을 여행사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이 진짜 관광대국으로 성장하려면 단체 관광객보다 자유 여행자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이들이 불편 없이 한국에서 여행하고 생활하며 즐기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인디트래블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