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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TV’서 美방송계 다크호스로

입력 | 2013-05-28 03:00:00

미국인이 혐오하던 알자지라방송, 아메리칸 스타일로 변신




한때 미국인이 ‘테러리스트의 TV’라며 혐오했던 알자지라 방송이 미국 방송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8월 개국 예정인 알자지라의 미국 법인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고, 미국 국내 뉴스에 치중할 방침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전했다. 당초 구상과 달리 미국 시청자를 겨냥한 좀더 공격적인 경영 계획을 세운 것. 알자지라 경영진은 1월 미 케이블방송 커런트TV를 인수해 알자지라 아메리카를 만들 당시엔 “프로그램의 60%는 미국에서 제작하고, 40%는 카타르 본사에서 제작하는 ‘알자지라 잉글리시’의 프로그램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이어 “CNN이나 폭스뉴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되 자극적이거나 정치 편향적인 내용은 피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알자지라 아메리카는 워싱턴 뉴욕 디트로이트 시카고 등 미국 내 8∼10개 도시에 지사를 세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800여 명의 인력을 채용했다고 시사 주간 뉴스위크가 전했다.

NYT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일했던 탐사보도 전문기자 에드 파운드 등 거물급 유명 언론인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NYT는 “미국 언론사들이 경영난으로 인력을 줄이는 상황에서 알자지라가 미국 언론계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가 미국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점도 눈길을 끈다. 최근 미 컬럼비아대 조지프 마사드 교수가 알자지라 영문 홈페이지에 올린 유대인 비난 글이 논란을 일으키자 알자지라 측은 이 글을 바로 삭제했다. 알자지라의 주 시청자인 아랍인들은 반발했지만 이를 감수하고라도 미국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뉴스위크는 설명했다.

1996년 아랍권을 대상으로 한 위성방송으로 출범한 알자지라는 2011년 9·11테러 직후 오사마 빈라덴을 단독 인터뷰하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미국인은 ‘알자지라가 알카에다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이유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2006년 알자지라 잉글리시를 설립한 뒤 세계 2억6000만 가구를 시청권에 포함할 정도로 덩치를 키웠다. ‘아랍의 봄’이 한창 진행되던 2011년 3월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 국무장관이 “알자지라의 뉴스가 진짜 뉴스”라고 극찬할 정도로 수준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미 케이블 업체들은 주민 반발을 우려해 알자지라 채널 편성을 피하고 있다. 이에 알자지라는 커런트TV를 인수하고 미국 공략에 나선 것. 뉴스위크는 “알자지라 아메리카가 방송을 시작하면 미 방송계에 엄청난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겠지만 동시에 논란도 계속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