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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참전용사가 美 고향으로 보낸 가방 60년만에 가족품으로

입력 | 2013-05-28 03:00:00


6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제롬 맥거번 씨의 가방. 가방 손잡이 아래 부분에 흰색으로 제롬 맥거번이란 이름이 새겨져 있다. 사진 출처 워싱턴포스트

미국 조지아 주(州)의 작은 마을 로마에 살고 있는 마지 네빌 씨(62·여)는 지난해 집에 있던 오래된 여행용 가방을 동네 벼룩시장에서 팔기 위해 먼지를 털어내던 중 희미한 글자를 발견했다. 가방 아래쪽에 ‘제롬 맥거번’이란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본 네빌 씨는 인터넷에서 이름의 주인공을 찾다가 워싱턴 출신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제롬 맥거번, 밥 맥거번 형제를 추모하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는 즉시 사이트 운영자에게 e메일을 보내 “혹시 제롬 맥거번이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고 메릴랜드 주 컬럼비아에 살고 있는 찰리 맥거번 씨(81)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그 가방은 6·25전쟁 영웅으로 알려져 있는 밥, 제롬 맥거번 형제 가운데 동생인 제롬의 것이었다. 6남매 가운데 셋째, 넷째였던 밥과 제롬은 1951년 1월 30일과 2월 10일 6·25전쟁에서 잇따라 전사했다. 이후 밥은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제롬은 ‘은성 훈장(Silver Star)’을 각각 추서 받았다.

제롬은 1950년 워싱턴 주 포트루이스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배에 오르기 직전 가족에게 ‘내 가방을 보낼 테니 여기에 담겨 있는 옷가지 등을 동생 찰리에게 물려주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으나 가방은 끝내 도착하지 않았다. 이 가방은 이후 조지아 주 로마의 버드 듀크라는 여성의 마구간으로 흘러들어 갔고, 듀크 씨가 이를 네빌 씨에게 넘긴 뒤 무려 6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존 켈리는 27일 메모리얼데이(현충일)를 맞아 이런 사연을 소개하며 이 가방이 지금은 밥과 제롬의 동생인 찰리 씨의 집 지하실에 자리를 잡았다고 소개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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