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학생 꾸짖다 입건된 전자랜드 이현호
27일 만난 이현호(33·전자랜드·사진)는 쑥스러워했다. “프로농구 선수로 10년을 뛰었는데 이번 일로 이름을 더 많이 알린 것 같아요. 신인상을 받았을 때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그는 최근 담배를 피우는 중고교생들을 훈계하다 손찌검을 해 폭행 혐의로 입건됐다. 이 일로 그는 ‘훈계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즉결심판에 넘겨졌지만 학생들을 선도하려 한 정상이 참작돼 선고가 유예됐다.
“동장님이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고, 부동산 중개소 아주머니는 ‘큰일 했다’고 하시고…. 아직은 대한민국이 아이들을 걱정하는 어른이 많은 괜찮은 나라구나 싶더라고요.” 처음에는 “사고 쳤냐”고 나무라던 두 살 위 친형도 지금은 “현호가 내 동생”이라며 자랑하고 다닌다. 형 친구들은 “내 친구 동생이란 걸 사람들이 안 믿는다”며 직접 찾아와 인증 사진까지 찍어 갔다. 고교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선배는 “1일 교사로 후배들에게 강의를 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아무리 치켜세우는 분위기이지만 경찰 조사에 즉결심판까지 받았는데 앞으로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까. “아니다 싶은 건 그냥 못 넘기는 성격이에요. 담배 피우는 학생들 보면 또 야단쳐야죠. 때리지는 않고 야단만 쳐야죠.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폭력을 쓰면 안 된다는 걸 이번에 느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때린 건 잘못이죠.”
그도 중학교 때는 속칭 ‘놀았던 아이’다. 형을 괴롭히는 상급생을 한 방에 때려눕힐 정도로 주먹깨나 쓰는 아이였다. 농구를 하게 된 것도 사고뭉치 아들을 바로잡기 위한 아버지의 선택 때문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 키 180cm를 넘긴 아들이 엉뚱한 데 힘을 쓰지 못하게 아버지는 그를 농구부가 있는 학교로 전학시켰다. “학교 다닐 때 봐서 알아요. ‘삐딱선’을 타는 건 한순간이더라고요. 아이들을 훈계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중학교 때는 ‘놀던 아이’였지만 프로에서 그는 ‘성실맨’의 대명사가 됐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기록만 봐서는 현호의 진가를 모른다. 2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군말 없이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고 했다.
이번 일이 큰 탈 없이 마무리됐고 그를 격려하는 분위기 일색이었지만 그의 부모는 조금 달랐다고 한다. “부모님이 ‘주변의 칭찬에 들떠서 잘난 척하지 말고 맞은 학생들 부모 입장에서도 한번 생각해 보라’고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