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 해질녘이면 새까맣게 벌레떼로 뒤덮여
19일 오후 3시경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가구 매장 쇼윈도에 빼곡하게 달라붙어 있는 ‘압구정 벌레’. 놀란 행인들의 모습이 유리창에 비치고 있다. 우용구 씨 제공
심할 때는 아예 유리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는다. 일부 여성은 벌레가 몸에 달라붙어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상인들은 전기 파리채로 태우고 빗자루로 쓸어 내거나 바가지로 물도 부어 보지만 쉬지 않고 밀려드는 벌레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로데오거리에서 16년째 안경점을 운영하는 김기열 씨(37)는 18일엔 아예 오후 8시에 가게 문을 닫아야 했다. 김 씨는 “해가 지자 벌레들이 아예 쇼윈도를 뒤덮어 버렸다. 흡사 초록빛 커튼을 쳐 놓은 듯한 모양새였다”며 “가게로 들어오려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고 달아나니 일찍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형 의류 매장과 고급 상점이 밀집한 구역인 만큼 매출 피해도 크다. ‘이니스프리’ 화장품 매장 종업원 임모 씨(24·여)는 “일단 벌레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매출이 거의 없다. 손님이 3시간에 한 명 들어올까 말까 하고 그마저도 문에 붙은 벌레들 때문에 망설이는 손님이 있으면 우리가 얼른 가서 열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 보건과에서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현장 점검과 방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미봉책 수준이다. 이종혁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환경과 과장은 “해마다 이 벌레를 잡아 달라는 민원이 밀려들고 있지만 한강변은 상수원보호구역이자 생태보전지역이라 사실상 살충제를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 여주 양평 등 강변의 수질이 개선된 수도권에서도 동양하루살이가 떼로 출현해 불편을 준다는 신고가 접수되지만 이들 지역 역시 방제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서식지에 천적을 풀어 유충을 잡아먹게 하거나, 강한 빛으로 성충을 모아 퇴치하는 등 사람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