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의 벗겨지고 윗니 4개 부러져성폭행 살해 가능성… 택시 추적경찰 발표전 일베 게시판에 ‘속보’… 자세한 수사정보 사전유출 논란
25일 오후 7시경 대구 중구 삼덕동 삼덕지구대를 찾아온 한 중년 여성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실종 신고를 했다. 이 여성은 “경북대에 다니는 둘째 딸이 새벽에 여자친구들이 태워준 택시를 탄 뒤 사라졌다. 휴대전화도 꺼져 있고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된다”며 말했다. 지구대는 접수를 한 뒤 1시간 넘게 실종자 남모 씨(22·여)가 택시를 탄 지점 주변을 탐문했지만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지구대 측은 경찰 전산망에 실종자로 등록하고 발견되면 즉시 보고토록 조치했다. 그러나 남 씨는 신고가 접수된 지 15시간 만에 경북 경주의 한 저수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27일 대구중부경찰서에 따르면 26일 오전 10시 반경 경주시 건천읍 화천리의 한 저수지에서 남 씨가 숨진 채 물에 떠 있는 것을 한 낚시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택시를 탄 삼덕소방서 앞길에서 직선거리로 약 50km 떨어진 이 저수지는 인적이 드문 곳이다.
2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한 결과 남 씨는 물리적 외부 충격 때문에 심장과 폐가 손상돼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누워 있는 상태로 누군가에게 구타당한 것 같다. 성기 주변에 상처가 있는 것으로 미뤄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숨진 남 씨는 25일 0시경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어머니에게 “아는 언니들과 놀다가 조금 늦게 귀가한다”고 전화를 한 게 마지막이었다. 그는 전에 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김모(29·여), 이모 씨(24·여)와 삼덕동 로데오거리의 클럽 등에서 칵테일과 맥주를 나눠 마셨다. 남 씨가 이들과 헤어진 시간은 오전 4시 20분경.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날 남 씨는 택시를 타면서 행선지로 수성구의 자기 집을 정확히 말했을 정도로 만취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씨 등은 택시가 밝은색 계통이었다는 것 외에 차량번호 등을 기억하지 못했다. 경찰이 남 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한 결과 택시를 탄 곳 부근에서 마지막 신호가 잡힌 뒤 꺼졌다.
경찰은 남 씨가 택시를 타고 얼마 안 돼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남 씨가 탄 택시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 지점 주변 지역과 경부고속도로의 나들목 폐쇄회로(CC)TV 자료를 확보해 사고 발생 시간대 해당 경로를 통행한 택시들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과 관련한 수사정보가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에 사전 유출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경찰 수사 발표 당일인 27일 0시 10분경 일베 게시판에는 ‘[속보] 대구경북대 재학생 택시기사한테 강간살인당함’이란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오늘 새벽 사건이라 아직 기사화 안 됨. 지인이 대구지방경찰서 수사반장인데 26일 새벽 3시쯤 경북대학 ○○학과에 재학 중인 여자가 만취상태로 택시에 탔는데 택시기사가 그대로 경주로 차 몰고 가버림. 거기서 강간 후 살인. 내일 아침쯤 기사화될 듯’이라고 적혀 있었다. 실제 이 여학생이 실종된 시간은 25일 오전 4시 20분경이었지만 나머지 내용은 얼추 실제 사건 상황과 비슷하다. 논란이 일자 글쓴이는 27일 오전 10시경 “내 지인이라고 썼지만 사실은 내 지인에 친척이고 솔직히 수사반장 이런 직책 있는지도 몰랐다. 알게 된 루트는 지인에게 카톡 받은 게 전부”라고 해명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