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값-특별활동비 등 부당청구서울 760여곳 3년간 300억 빼돌려‘區의원 원장’은 혼자서 2억여원 꿀꺽
서울 강동구 명일동 한 어린이집의 조리사 박모 씨(63·여)는 2월 18일 주방에서 유통기한이 3일이나 지난 생닭을 발견했다. 박 씨는 이 생닭을 아이들에게 먹일 순 없다는 생각에 버리려 했지만 어린이집 원장 정모 씨(49·여)는 “괜찮다”며 조리를 강요했다. 박 씨는 항의했지만 돌아온 건 해고 통보였다. 원장 정 씨는 심지어 지역 어린이집연합회 ‘블랙리스트’에 박 씨 이름을 올려 다른 어린이집에도 취업하지 못하게 했다.
정 씨는 강동구와 송파구 중랑구에서 어린이집 네 곳을 운영하는 원장이지만 운영 행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락시장 공판장에서 배추를 다듬을 때 나오는 시래기를 싼값에 대량으로 사와 어린이집 냉장고에 쌓아두고 된장국을 만들 때마다 넣어 아이들에게 먹였다.
정 씨는 값싼 미국산 쌀과 중국산 김치를 국산으로 속여 식단에 올리면서 학부모들에게는 값비싼 유기농 제품을 쓴다며 원생 한 명당 매달 최대 6만 원씩을 추가로 받았다. 원생과 보육교사 80여 명에게 하루 동안 먹을 우유라며 1L짜리 2통만 주기도 했다. 정 씨는 국고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어린이집 식자재비를 이런 식으로 어린이집 한 곳당 매달 350여만 원씩 빼돌렸다.
송파경찰서는 소환조사를 마친 정 씨 등 55명을 업무상 횡령 및 사기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향후 수사에 따라 인원과 금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에 따르면 원장들에게 국고보조금은 눈 먼 돈이었다. 원장들은 허위 영수증 등을 만들어 실제 거의 쓰지도 않은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교재구입비, 시설공사비 등을 청구해 국고보조금을 탔다. 근무하지도 않는 지인들을 보육교사로 등록해 국고보조금을 타냈다. 자치구를 대표하는 구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송파구 구의원 이모 씨(51·여)는 송파구에서 어린이집 5곳을 운영하면서 식자재비와 특별활동비 등을 부풀려 결제하고 업체로부터 차액을 돌려받는 식으로 3년 동안 2억2700만 원을 챙겼다.
조동주·곽도영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