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하시모토 대표, 망언 주워 담는 방법도 비겁하다

입력 | 2013-05-28 03:00:00


“군 위안부는 당시에 필요했다” “주일 미군은 매춘업소를 활용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국내외에서 비난을 받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 일본유신회 공동대표(오사카 시장)가 어제 외신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은 신빙성에 의문이 있다”는 망언을 했다. 그는 강제연행 피해 증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하면서 “강제연행 증언을 뒷받침할 확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시모토 대표의 발언은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그가 말하고 있는 ‘증거’에 관한 것이다. 우익 성향의 일본 정치인들은 군 위안부 문제만 나오면 증거나 서류가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가장 확실한 증거는 바로 살아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그들의 증언이다.

두 번째는 고노 담화를 부정할 생각이 없다면서 그런 발언을 하는 저의다. 고노 담화와 자신의 발언은 명백하게 양립(兩立)이 불가능한데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자신의 주장은 철회하지 않은 채 비난을 모면해 보려는 얄팍한 꼼수에 불과하다.

1993년 일본 정부는 20개월간 조사한 끝에 고노 담화를 발표했다. 요지는 “위안부 모집은 군대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담당했는데 감언, 강압 등 본인의 의사에 반해 모집한 사례가 많았으며 관헌이 직접 가담한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게 역사의 진실이다. 하시모토 대표의 발언은 단지 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둔사에 불과하다.

하시모토 대표는 “한국에서 이견이 있으면 국제사법재판에서 해결하라”고 오만한 자세로 나오면서도 미국에는 사과하고 자신의 발언을 철회했다. 강자에게 굴종하고 약자는 깔아뭉개는 일본 정치인의 전형이다. 아베 신조 총리가 “침략의 정의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한 뒤 한국과 중국의 비판에는 버티고 있다가 미국의 비난이 거세지자 한발 뺀 것과 너무 닮았다. 그러면서 한국의 이해를 바라는 것은 오만이다.

일본이 과거사의 멍에를 벗는 길은 하나뿐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의 조너선 테퍼먼 편집장이 말한 대로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가 나치 만행에 무릎 꿇고 사죄했듯이 “일본도 아시아 국가들에 분명하고 포괄적인 사과를 하는 것”이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면 할수록 과거사의 멍에는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일부 정치지도자의 망언 릴레이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국격(國格)을 추락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