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이어 파리 외곽 라데팡스에서 총을 들고 비상경계 활동을 벌이던 프랑스 군인이 괴한에게 칼로 목을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도주한 범인은 이슬람 신자들이 쓰는 모자와 젤라바(아랍권에서 주로 입는 원피스 형태의 긴 옷)를 착용하고 있었다. 프랑스가 아프리카 말리 내전에 깊숙이 개입했고, 칼에 찔린 피해자가 군인이라는 점에서 런던 테러를 모방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연이은 잔인한 테러로 유럽 국가들은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군인이든 시민이든 무고한 사람에 대한 테러는 용서할 수 없는 반(反)인륜 범죄다.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를 기억하는 세계인들은 ‘테러’ 하면 알카에다를 떠올리지만 테러 조직이 저지르는 테러는 전체의 일부일 뿐이다. 알카에다를 이끌었던 오사마 빈라덴이 2011년 미군에 사살되면서 테러 조직의 결속력이 다소 약해진 느낌이 있지만 극단적인 이슬람 교리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남아 있다. 특정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자생적 테러리스트는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이슬람 교리와 테러 수법을 익혀 독자적으로 행동한다. 개인 차원의 테러는 정보기관의 사전 포착이 어렵고 군사적 억제력도 통하지 않는다.
올해 4월 15일 보스턴 마라톤 때 폭탄 테러를 자행한 범인 형제도 옛 소련의 체첸에서 출생한 이민 1.5세대다. 이들은 극단적 이슬람 교리에 심취해 미국을 증오하면서 끔찍한 테러를 자행했다. 런던 테러의 범인은 나이지리아계 영국인으로 소말리아 이슬람 무장 세력에 가담하려다 케냐에서 체포돼 추방된 사람이었다. 다양한 이주민, 계층 갈등, 만성 실업이 자생적 테러리스트들을 생산하는 토양이 되고 있다. 석학 새뮤얼 헌팅턴은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각종 유혈 분쟁 통계를 분석해 ‘이슬람의 국경선은 피에 젖어 있다’고 서술했지만 이제 이슬람 테러 앞에는 국경선도 의미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