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부활 전통시장]<1> KT-창원 부림시장·창동상가
《전통시장 살리기 특별법이 제정(2002년)된 지 올해로 11년. 꺼져가는 상권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전통시장 상인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2조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전폭 지원하며 하드웨어를 바꿨다. 하지만 전통시장이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전통시장이 질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이젠 소프트웨어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 대기업들이 나섰다. 목표는 대한민국의 ‘명품 전통시장’ 만들기. 동아일보 기획특집팀은 최근 스페인 영국 미국 일본의 전통시장 성공 사례를 3차례 소개한 데 이어 국내 전통시장과 대기업의 상생 협력 사례를 20차례 소개한다.》
첨단 IT 옷 입은 전통시장 전통시장 상인과 스마트폰….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둘이 만났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의 한복집인 ‘옥진주단’ 구정아사장(왼쪽)은 “스마트폰 덕분에 주문이 30%나 늘어 주변 상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27일 구 사장이 KT 직원으로부터 스마트폰 활용법에 대해 일대일 교육을 받고 있다. 창원=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KT는 경남 창원시 창동에 있는 부림시장과 창동상가 상인들의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주목했다. 전통시장 홍보와 마케팅에 정보통신기술(ICT)의 접목 가능성을 본 것. KT의 지식나눔 봉사조직인 IT서포터즈는 지난해 8월부터 상인들이 스마트폰을 홍보 고객관리 구인 등에 활용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입은’ 전통시장이 다시 젊어지고 있다.
○ QR코드로 무장한 전통시장
지난해 5월 창동예술촌에 가게를 연 ‘박정원 초크아트’의 박정원 원장. 박 원장이 시키는 대로 가게 앞 QR코드 명패에 스마트폰을 대니 수십 개의 블로그가 펼쳐졌다.
박 씨는 이 가게를 열면서 PC로만 해오던 블로그를 QR코드에 연동시켰다. 손님이 다녀가거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고 손님이 실시간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
“젊은층이 가게를 많이 찾으니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활용한 실시간 홍보에 주력했어요. 손님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니까 더 많이 찾아오더라고요.”
박 원장이 QR코드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된 것은 KT의 도움이 컸다.
기초반을 통과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QR코드, 블로그 등을 실제 마케팅과 홍보에 활용하는 법을 배운다. KT는 상인 80여 명의 점포에 QR코드 명패를 부착해주고 블로그를 개설해줬다.
KT는 앞으로 QR코드 기능을 결제 수단으로까지 진화시킬 예정이다. 스마트폰 기반의 ICT 결제 솔루션이 본격화되면 고객들은 현금 없이도 물건 값을 치를 수 있다.
○ 스마트폰으로 고객 관리하고 일할 사람도 찾는다
“간단한 인사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동영상도 올릴 수 있어 편하더라고요. 손님에게 샘플 한복 사진을 보내면 그 자리에서 주문하는 고객도 있어요. 덕분에 주문이 30%나 늘었어요.”
1주일에 한 번씩 구 사장에게 1대1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주는 경남IT서포터즈팀의 강현정 매니저는 “구 사장처럼 스마트폰을 활용해 매출이 늘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교육을 신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54년 전통을 자랑하는 제과점 고려당은 인근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2개나 있지만 여전히 건재하다. 오로지 맛과 정성으로 승부한 결과다. 서울에서 주문하는 손님도 있다. 하지만 고려당 강성욱 사장은 “주문은 느는데 일할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전문학교 출신 제빵사 자격자들을 기업형 빵집에서 모두 고용하기 때문이죠.”
오프라인에서 사람을 구하려다 포기한 강 사장은 스마트폰으로 사람을 구하기로 했다. 빵집 QR코드에 연동돼 있는 고려당 홈페이지와 SNS로 사람 추천을 받아보겠다는 것
김종철 부림시장 상인회장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연령대가 높다보니 스마트폰이나 QR코드를 유용하게 쓸 줄 아는 사람이 드물었다”며 “하지만 손님들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우리 먼저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