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에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김모 씨(34·여)는 첫째를 가졌을 때보다 병원(산부인과)에 가는 횟수를 크게 줄였다. 첫 임신 때는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초음파 등 각종 검사와 진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거의 발길을 하지 않는다.
김 씨는 “대단한 치료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기가 잘 있나 체크하는 것뿐인데 한 번에 몇만 원씩 병원비를 내는 게 아깝다”며 “아기가 궁금하긴 하지만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꾹 참고 돈을 아껴 보려 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식비 병원비 교통비 등 생활에 필수적인 지출까지 줄이는 가계가 늘고 있다. 육류나 생선 등 비싼 식료품 소비도 하지 않고 병원이나 약국에 갈 일도 가급적이면 줄이려고 한다.
각 가정의 식탁에서는 고기와 생선이 줄었다. 육류가 6.8%, 육류가공품 소비가 5.9% 감소했고 생선 및 조개류를 뜻하는 신선수산동물의 소비는 8.2%나 급감했다. 이로써 1분기 전체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은 33만6657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6%(5480원) 감소했다.
출퇴근과 통학에 필수인 교통비도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주차료나 통행료, 운전교습비 등이 포함되는 기타개인교통서비스는 1년 전보다 16.5%나 급감했고 장거리 이동에 많이 쓰이는 철도운송비용도 8.0% 감소했다. 주차료와 통행료 지출이 줄어든 것은 운전자들이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승용차를 도로에 끌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생계에 꼭 필요하지 않은 부문은 지출 감소가 더 심하다. 음악 감상, 사진 촬영, 실내 인테리어 등 고가(高價) 취미생활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자기계발을 위해 필요한 학원비 지출도 꼼꼼히 관리하는 추세다.
1분기 영상음향기기는 22.8%, 사진광학장비는 43.3% 소비가 줄었다. 비싼 오디오로 음악을 듣거나 최첨단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문화생활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또 가구 및 조명(―10.2%), 실내장식(―23.5%) 등 인테리어를 위한 지출도 감소했다.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들의 어학 학원 등이 포함된 성인학원교육비도 1년 전에 비해 14.4% 급감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