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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살리고 가계부채 줄여줄 강도높은 경기 부양책 서둘러야”

입력 | 2013-05-28 03:00:00


올가을에 둘째 아이를 출산하는 김모 씨(34·여)는 첫째를 가졌을 때보다 병원(산부인과)에 가는 횟수를 크게 줄였다. 첫 임신 때는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초음파 등 각종 검사와 진료를 받았지만 지금은 거의 발길을 하지 않는다.

김 씨는 “대단한 치료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기가 잘 있나 체크하는 것뿐인데 한 번에 몇만 원씩 병원비를 내는 게 아깝다”며 “아기가 궁금하긴 하지만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면 꾹 참고 돈을 아껴 보려 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식비 병원비 교통비 등 생활에 필수적인 지출까지 줄이는 가계가 늘고 있다. 육류나 생선 등 비싼 식료품 소비도 하지 않고 병원이나 약국에 갈 일도 가급적이면 줄이려고 한다.

27일 통계청의 1분기(1∼3월) 가계동향에 따르면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월평균 보건비 지출은 17만1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분기 기준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1.2%) 이후 가장 작은 폭의 증가다. 특히 통원 치료에 해당하는 외래의료서비스는 2.2%가 줄었고 의약품 소비도 2.3% 감소했다. 아파도 약을 안 먹고 병원도 안 가면서 버티는 환자가 많아진 것이다.

각 가정의 식탁에서는 고기와 생선이 줄었다. 육류가 6.8%, 육류가공품 소비가 5.9% 감소했고 생선 및 조개류를 뜻하는 신선수산동물의 소비는 8.2%나 급감했다. 이로써 1분기 전체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은 33만6657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6%(5480원) 감소했다.

출퇴근과 통학에 필수인 교통비도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주차료나 통행료, 운전교습비 등이 포함되는 기타개인교통서비스는 1년 전보다 16.5%나 급감했고 장거리 이동에 많이 쓰이는 철도운송비용도 8.0% 감소했다. 주차료와 통행료 지출이 줄어든 것은 운전자들이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승용차를 도로에 끌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생계에 꼭 필요하지 않은 부문은 지출 감소가 더 심하다. 음악 감상, 사진 촬영, 실내 인테리어 등 고가(高價) 취미생활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자기계발을 위해 필요한 학원비 지출도 꼼꼼히 관리하는 추세다.

1분기 영상음향기기는 22.8%, 사진광학장비는 43.3% 소비가 줄었다. 비싼 오디오로 음악을 듣거나 최첨단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문화생활이 그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또 가구 및 조명(―10.2%), 실내장식(―23.5%) 등 인테리어를 위한 지출도 감소했다.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들의 어학 학원 등이 포함된 성인학원교육비도 1년 전에 비해 14.4% 급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가격 하락, 가계부채 등이 소비 침체에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가계부채 부담 경감을 위한 강도 높은 대책이 요구된다”면서 “또 대선 공약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해 재정을 경기 활성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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