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그룹 수사 속전속결 진행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르면 내주 중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검찰 수사팀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소환 시기는 6월 중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재벌 총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 재무담당자 등 핵심 실무자에 대한 조사와 계좌추적 등을 통한 물증 확보가 끝난 뒤 소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이 회장 깊숙이 개입한 정황 드러나
검찰은 소환에 앞서 이 회장이 쌓아둔 국내 및 해외 비자금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비자금이 어떤 방식으로 조성됐는지, 이 과정에 불법성이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이 회장의 국내 비자금은 4000억 원 규모, 해외 비자금은 3500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의 국내외 차명계좌를 이용해 CJ그룹 주식을 사들여 시세차익을 챙기고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에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최근 10년간 지주회사인 CJ㈜의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과 법인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분석하면 이 회장의 해외 차명계좌 실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CJ 홍콩법인장이 수사의 열쇠
이번 비자금 의혹의 핵심은 홍콩법인들이다. 차명재산이나 비자금을 빼돌려 은행에 예치해뒀다가 외국인을 가장해 자사주를 거래하고,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의혹의 중심에 홍콩법인들이 있다.
특히 신 부사장은 홍콩에서 다수의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주도했다. 홍콩 소재 법인 8곳 중 5곳이 같은 주소지에 있는 데다 사업 성격이 불명확해 검찰은 이 회장이 이들 법인을 이용해 비자금을 관리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이 회장으로부터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CJ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뒤 24일 돌연 일본으로 출국한 천 회장은 27일 도쿄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당시 이 회장으로부터 청탁을 받을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 검찰(대검 중수부) 조사에서도 그 부분은 무혐의로 결론났다”고 말했다. 일본 출국과 관련해서도 “원래 일정이 잡혀 있었다”고 해명했다. 천 회장은 금주 후반에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예나·최창봉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