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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자사 영화에 상영관 몰아주고 방송 외주업체엔 제작비 후려치기

입력 | 2013-05-28 03:00:00

■ 문화산업 ‘슈퍼甲’ 횡포
CGV, 전국 스크린 41% 차지
CJ E&M, 케이블 채널 18개 보유




CJ그룹 사주 일가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며 ‘문화계 공룡’ CJ의 ‘갑(甲)의 횡포’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CJ가 문화산업에 뛰어든 것은 제일제당 시절이던 1994년 할리우드에 영화사 드림웍스를 공동 설립하면서부터다. 당시 제일제당은 이 회사 자본금의 30%인 3억 달러(약 3300억 원)를 투자해 ‘꿈의 공장’으로 불리는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 참여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제프리 카젠버그, 유명 음반 프로듀서 데이비드 게펜도 이 회사의 투자자였다.

1996년 삼성에서 계열 분리된 제일제당은 이후 방송 가요 공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문화산업의 대표 주자가 됐다. 1998년에는 서울 광진구에 ‘CGV강변 11’을 오픈해 멀티플렉스 극장 시대를 열었다.

CJ는 2000년 투자한 ‘공동경비구역 JSA’가 흥행에 성공하며 국내 영화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중소 자본이 주도하던 영화업계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된 것도 이때부터다. ‘구멍가게’ 수준이던 영화산업을 산업화한 것이다. 삼성 대우 등 대기업이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철수하고, 2000년대 중반 국내 영화시장의 거품이 꺼지는 와중에도 CJ는 영화계를 지켰다. ‘영화광’으로 소문난 이미경 CJ E&M 총괄부회장의 공로라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에도 CJ는 기여했다. 2000년 한국영화의 첫 칸 영화제 본선 진출작인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은 CJ가 배급한 영화다. 올여름 북미 시장을 겨냥하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제작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때 4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자한 것도 CJ다.

하지만 1등 기업인 CJ에 대해 요즘 영화계는 공(功)보다 과(過)가 크다고 평가한다. CJ가 투자, 배급, 상영 등 모든 것을 장악하는 수직계열화 문제 때문이다. CJ 계열사인 CJ E&M이 투자, 배급한 영화가 전국의 CGV 극장을 온통 차지한다. 한 기업이 생산과 유통을 장악해 독과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CJ E&M이 기획, 투자한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전국 2081개 스크린 중 1000개를 넘게 차지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CGV의 스크린 수는 858개. 전국 스크린의 41.2%에 이른다.

이런 CJ의 자사 영화에 상영관 몰아주기 행태는 저예산, 독립영화의 설 자리를 빼앗고 있다. 지난해 ‘터치’를 연출한 민병훈 감독은 상영관 몰아주기를 비판하며 영화를 조기 종영해 파장을 불렀다.

현재 영화계에는 “모든 돈줄은 CJ로 통한다”는 말이 있다. 제작사들은 투자를 받기 위해 CJ에 줄을 선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관계자는 “제조업체가 납품 단가를 후려치듯이, CJ도 자기들의 콘셉트에 안 맞는 영화에는 제작비를 깎으라고 강요한다. 스태프 인건비조차 CJ가 정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tvN, Mnet, OCN, 온스타일 등 18개 케이블방송 채널을 보유한 방송 부문에서도 CJ E&M은 절대 강자다. 프로그램을 납품하는 외주 제작사들은 CJ의 ‘갑 행세’를 비판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CJ는 갑 중에서도 심하게 ‘갑질’을 하는 회사다. 지상파, 종편 4사 어디에도 어음을 주는 곳은 없는데, 여기는 때로 어음을 준다. 결국 제작사는 ‘어음깡’을 해서 스태프에게 수당을 지급한다”고 전했다.

CJ E&M이 과도한 스카우트로 외주 제작사의 씨를 말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외주사가 만든 특정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 CJ가 이 회사 소속 연출가와 작가만 데려가서 자체 제작을 한다. 대기업 하나가 문화산업 전체를 쥐고 흔드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CJ E&M 측은 "방송 부문은 늦어도 6월 중에 어음 결제를 모두 현급 지급으로 바꿀 것이며, 독립영화 등을 상영하는 '무비꼴라주' 상영관도 올해 내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선·구가인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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