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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심원섭]나눠주기식 지원으론 문화발전 기대 못한다

입력 | 2013-05-28 03:00:00


심원섭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을 꿈꾸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이상이 새 정부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으로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 문화의 전면적인 등장은 실로 고무적이다. 이는 또한 문화융성이 우리가 당면한 시대적 소명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늘날 문화의 가치는 무엇인가. 김구 선생의 말씀처럼, 문화는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는 힘을 지닌 삶의 원동력이다.

국가 경제의 주를 차지하는 제조업이 위기를 맞자 영국은 이에 대한 돌파구를 문화에 기초한 창조산업에서 찾았다. 이른바 ‘Creative Britain(창조적인 영국)’의 핵심은 문화를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한 창조경제의 구현이다. 영국의 창조산업은 비중이 높아지면서 경제를 이끄는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장금, 싸이, 케이팝 등 한류 열풍은 우리 문화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민 개개인이 문화의 힘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문화를 통한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창조경제의 실현에 눈을 돌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문화재정 2% 확충을 국정과제로 발표하면서, 문화융성 시대의 출발을 알렸다. 문화강국의 초석을 튼튼히 다지기 위해서는 문화재정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문화재정을 담는 그릇을 정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점에서 문화 부문의 ‘소액다건’식 지원, 나눠주기식 보조사업 지원은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기존의 지방 축제사업 지원 방식이나 수혜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연례적으로 예산이 지원되는 방식으로는 더이상 문화예술이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환부를 도려내야 새살이 돋아나는 법이다. 문화융성의 성공은 우리 문화행정이 기존 알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는 ‘아브락사스’(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신의 이름. 헤세는 새가 알을 깨고 새로운 세계인 이 신을 향해 날아간다고 썼다)가 되어야 가능하다. 문화융성의 실현을 위해서는 과감한 세출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 재정정책의 명확한 방향 설정이 전제되어야 한다. 문화예술, 문화산업, 스포츠와 관광산업은 미래의 먹거리로 중요하다. 또한 이 점에서 국민 개개인의 보편적인 문화향유를 보장하고 문화 수요자 층을 넓히는 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문화를 통해 비로소 국민의 행복이 핵심 가치로 설 수 있으며 창조경제의 토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정책의 방향 설정과 정책 성과에 따른 재정 투입이 선순환을 이루어야 의미 있는 재정 확충 사업이 가능하다. 정책과 재정이라는 두 개의 톱니바퀴가 잘 맞아 돌아가야만 우리가 소원하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의 힘은 곧 국가의 힘이고, 국민의 힘이다. 문화융성을 위하여 정부와 학계, 문화계 모두가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심원섭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