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한국戰 기념비에 ‘추모의 벽’ 건립주도 웨버 참전기념재단 회장
2011년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전 정전 58주년 기념식에 군인제복을 말쑥하게 차려입고 참석한 윌리엄 웨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6·25전쟁 참전용사인 윌리엄 웨버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87·예비역 대령)은 26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6일 워싱턴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방문한 박 대통령을 수행해 달라는 요청을 주미 한국대사관 측으로부터 받고 행사에 참석했다. 6·25전쟁에서 오른쪽 팔꿈치 아랫부분과 오른쪽 무릎 아래를 잃어 의족을 착용한 그가 행사장을 돌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았다. 19인의 군인을 형상화한 조각상 중 한 팔이 잘린 조각상의 실제 모델이 바로 웨버 회장이라는 소개를 받은 박 대통령은 그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대통령은 저의 성한 왼손을 잡은 채 제 얼굴과 (전쟁에서 잃은) 오른쪽 팔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습니다. 안타까움과 연민이 교차하는 눈빛이었습니다. 제가 목숨 바쳐 싸웠던 나라의 대통령으로부터 고맙다는 얘기를 들으니 저야말로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습니다.”
1951년 1월 강원 원주 전투에서 큰 부상을 입은 웨버 회장은 전역 이후 불편한 몸을 이끌고 6·25전쟁을 기념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는 올해 7월 27일 정전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야심 찬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웨버 회장은 “7월 25일 오전 10시부터 26일 오후 4시까지 30시간 동안 한국전 기념비 앞에서 미군 희생자 3만6536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는 행사를 할 계획”이라며 “날씨가 좋든 나쁘든, 밤이든 낮이든 쉬지 않고 희생자들을 호명하고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초 한국 군인과 카투사 희생자도 호명하려고 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포기했다. 그 대신 희생자 수를 분명히 밝히기로 했다”고 밝혔다. 참전 미군 60여 명이 돌아가며 호명 행사를 이어가고 미국에 사는 한국군 참전 용사와 한인 교포 자녀들이 현장에서 홍보 책자를 나눠주며 힘을 모을 예정이다.
웨버 회장은 한국전 기념비 주변에 유리로 만든 ‘추모의 벽’을 설치해 참전 용사의 이름을 새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심상돈 카투사 전우회 명예회장은 추모의 벽 건립에 써달라며 오세영 화백의 그림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웨버 회장은 지난해 미 하원에서 추모의 벽 설치 법안 통과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올해 또다시 법안 통과를 위해 뛰고 있다. 랠프 홀 하원의원(공화·텍사스) 등 의원 20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가했다.
웨버 회장은 “미국인에게 한국전은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하는데 실상은 ‘알려지지 않은 전쟁(unknown war)’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정도”라며 “한국전쟁이 미국에서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는 데 여생을 바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美의회, 한국전 참전부대 기념물 추진 ▼
미국 의회가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첫 전투를 벌인 미 육군 제24보병사단 부대원들을 위한 기념물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26일(현지 시간)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브라이언 히긴스 하원의원(민주·뉴욕)은 최근 육군 제24보병사단 소속으로 명예훈장을 받은 전쟁영웅 14명의 넋을 기리는 기념물을 알링턴 국립묘지에 설치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하원 군사위원회와 보훈위원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미국의 자유를 지키려고 수많은 희생을 한 제24보병사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리고 명예훈장을 받은 14명의 장병들을 감사와 슬픔, 존경으로 기억한다”며 “이들 14명의 장병을 기리는 기념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알링턴 국립묘지 내부의 적절한 장소를 제공해 줄 것을 육군장관에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