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펜투수 평균 피로도 1,2위
‘야구 통계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빌 제임스는 감독들의 구원투수 활용 형태를 ‘구원투수 피로도(closer fatigue)’라는 개념으로 정리했다. 27일 동아일보가 이 개념을 적용해 올 시즌 구원투수 피로도를 계산한 결과 한화의 송창식은 22경기에서 126타자를 상대하며 피로도가 554나 됐다. 송창식은 여섯 번이나 이틀 연속 등판했고, 이 중에는 사흘 연속 등판도 한 번 있었다. 이 때문에 한 경기 더 등판한 NC의 이민호(469)보다 피로도는 85나 컸다.
김응용 한화 감독의 투수 ‘편애’는 유창식에게도 적용된다. 피로도를 등판 횟수로 나눴을 때 유창식은 25.4로 송창식(25.2)보다 높다. 평균 피로도에서 25가 넘는 선수는 이 둘뿐이다.
구원투수 기용이 ‘감독 스타일’이라는 건 평균 피로도 상위 10명의 소속팀을 보면 알 수 있다(표 참조). 한화, 두산, NC, 롯데 선수를 제외하면 KIA 임준섭(7위)밖에 없다.
이 네 팀이 유독 접전을 많이 벌여 ‘필승조’를 대거 투입했던 건 아닐까. 3점 차 이내로 승부가 갈린 경기는 LG가 28경기(12승 16패)로 제일 많지만 LG 투수 중에서는 정현욱(17.9)이 19위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3점 차 이내 승리가 가장 많았던 넥센(20승 6패)도 한현희(17.8)가 20위에 처음 등장한다.
“믿을 만한 구원투수가 부족하다”는 건 감독들이 늘 하는 말. 하지만 롯데 김시진 감독은 19일 문학경기에서 SK에 11-2로 9점이나 앞선 상황에서도 “경기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며 마무리 투수 김성배를 투입했다. 거꾸로 한현희가 전체 피로도(391)에서 5위를 차지하고도 평균 피로도에서 순위가 낮은 건 염경엽 넥센 감독이 ‘등판 타이밍’을 잘 조절한 덕분이다.
○ 경기 감각 유지는 필요하다.
한 프로야구 해설자는 “이미 승부가 갈린 상황에도 투입 안할 투수를 1군 선수단에 데리고 다니는 건 감독 스스로 엔트리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걸 시인하는 셈”이라며 “승부가 갈렸을 때도 경기에 못 나간다면 선수들이 연습을 열심히 할 이유를 찾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경기 감각 유지는 ‘추격조’ 선수들에게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구원 투수 피로도
등판일마다 ‘(5일 전 상대 타자)+(4일 전 상대 타자×2)+(3일 전 상대 타자×3)+(2일 전 상대 타자×4)+(하루 전 상대 타자×5)’를 계산한 뒤 이 수를 모두 더한 것(누적). 평균은 누적치를 등판 횟수로 나눈 수.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